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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中 아프리카 앓이…돼지열병과 아프리카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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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9월 첫째주 두 개의 거센 아프리카 바람이 중국을 휩쓸고 있다.

하나는 걸리면 폐사율이 100%에 달하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이고, 또 하나는 참석률이 100%에 근접한 아프리카 각국 정상들의 중국 방문이다.
중국은 아프리카 돼지들의 풍토병인 아프리카 돼지열병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아프리카와 유럽에서 발병하던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아시아로 퍼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8월3일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 선양에서 첫 발병한 이후 지난 한달 사이 발병 사례가 7건으로 늘었다. 랴오닝성, 허난성, 장쑤성, 저장성, 안후이성 등 1000㎞ 넘게 떨어진 지역으로 순식간에 돼지열병이 번졌다.

중국 정부는 돼지열병이 발생한 지역에 조사, 감독관을 급파해 살처분, 소독 등 긴급 대응에 나서는 등 확산 방지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금까지 도살된 돼지는 약 3만8000마리다. 감염경로에 대한 역학조사도 현재진행형이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구제역과는 달리 사람에게 전염되지는 않지만, 가축용 돼지와 야생 맷돼지가 감염되면 전파력이 매우 빨라 폐사율이 100%에 달해 농가에 위협적이다. 그래서 중국 내에서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을 가장 위험한 1급 전염병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국제수역사무국(OIE) 역시 A급 질병으로 지정하고 있다. 예방백신이 없고 질병에 대한 유전자 정보가 20% 정도 밖에 없어 백신 개발도 어렵다.
중국이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바짝 긴장하는 이유는 중국이 세계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이자 소비국이기 때문이다. 세계에 공급되는 돼지고기의 절반 가량이 중국에서 나오고 있으며 중국의 1인당 돼지고기 소비 규모 역시 세계 최대다. 늑장대응을 했다가는 인플레이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해 서민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

경제성장이 주춤한 상황이라 인플레이션까지 통제 불가능 상황이 되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도 힘을 잃게된다. 또 미흡한 초동대응이 아시아 지역으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확산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중국을 거쳐 아시아 다른 지역으로 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아프리카 돼지열병 때문에 긴장하고 있는 사이 아프리카 54개국 중 53개국 정상은 중국의 올해 최대 외교행사인 '중국ㆍ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 중이다. 대만과 수교한 에스와티니 왕국(옛 스와질란드)를 빼면 100% 참석률이다.

지난 2000년 처음 개최된 포럼은 이후 3년마다 중국과 아프리카를 오가며 개최되고 있는데, 올해만큼 행사가 성대했던 적은 없었다. 그 만큼 중국은 '선물 보따리'를 가득 채워 이들을 맞고 있다.

시 주석이 중국을 방문한 아프리카 각국 정상들과 릴레이 양자회담을 하는가 하면 신화통신, 인민일보, 중국중앙(CCTV) 등 국영언론들은 아프리카 정상들을 맞이할 때마다 의장대 사열, 외교 관계자 인터뷰 등을 보도하며 아프리카 외교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중국이 고의적으로 아프리카 영향력 확대를 보여주며 미국을 견제하는 한편 거대한 차관과 원조로 아프리카 국가들을 식민지화 하려 한다는 세간의 비판을 잠재우는 계기를 마련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와 외교의 판을 흔들 변수로 떠오른 아프리카. 공교롭게 중국에서 맞물린 두 개의 거센 아프리카 바람이 중국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계기로 작용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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