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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집권여당, 협치(協治) 전에 내치(內治)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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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꿈을 꾸고 있네."
지난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1소위 회의장 앞.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놓고 여야가 장시간 갑론을박을 벌이다 잠시 정회한 틈에 한 야당 의원이 실소와 함께 내뱉은 말이다. 당시 정무위는 특례법이 소위에서 통과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으로 전체회의를 완전히 끝내지 않고 잠시 멈춰둔 상황이었다. 실제 이날 소위는 통과 기대감을 비웃듯 핵심 이견을 전혀 좁히지 못하고 그대로 끝났다. 30일 본회의 통과는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다 좌초되는 일은 아주 놀랄 상황은 아니다. 입법은 우리 사회의 어느 부분에 '변화'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여야 대치는 흔한 일이다. 그런데 이번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무산 위기에 처해진 상황은 다소 묘하다. 여야의 입장 차가 아닌 여당 내부의 반발에 교착상태에 빠진 탓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규제혁신'을 외치며 강조했던 인터넷은행 특례법 좌초의 씨앗은 과연 어디에서 심어졌을까.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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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소위에서 여야가 끝까지 대치한 대목은 특례법에 '재벌'을 명문화하고 진입규제 대상에 넣을 것인지다. 자칫 '은산분리' 대장벽을 무너뜨리고 민주당의 강령을 뒤흔들 수 있는 이슈인 만큼 여당 내 사전 소통이 절실했다.

하지만 입법성과를 내야 할 집권여당 대표는 소관 상임위에서 '잠재 반발자'를 미리 쳐내는 방식을 택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정무위에서 박용진ㆍ이학영ㆍ제윤경 의원을 제외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얘기는 물밑에서 공공연하게 나돈다. 이 의원과 제 의원은 잔류하긴 했지만 끝내 박 의원은 상임위를 옮겼다.

'사전 작업'을 마친 홍 원내대표와 정재호 정무위 간사 등은 본격적으로 법안 마련에 나섰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이 소통한 대상은 당내도 야당도 아닌 금융위원회였다. 정무위에서 민주당이 제시한 안은 당론이 아닌 사실상 '금융위 안'이다. 반대파 여당 의원들은 곧바로 반발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왜 정책의총을 열지 않느냐'며 당내 논의과정이 사라진 데 대한 문제제기였다.
물론 해당 의원들의 반대의지가 워낙 강해 대화가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운동권 출신 민주당 의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규제를 완화하자는 데 일부 의원이 1993년도 삼성이 기아차 지분을 매입한 사례를 들며 반대하는 것을 보며 놀랐다"며 "나도 학생운동을 했지만, 그 당시 과연 내가 믿었던 정의가 현재에도 유효한 지 아니면 변화에 적응해 나가야 할 지 앞으로도 고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은산분리 찬반 논쟁을 지켜보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당내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털어놓은 것이다.

여당 원내지도부는 뒤늦게 당내 토론에 나섰다. 지난 20일 1차 의원총회를 가졌으나 의견교환 정도에 그쳤고, 실질적인 '토론'이 이뤄진 것은 본회의를 불과 하루 앞둔 29일 의총에서다. 세 시간에 걸친 토론에서 찬반의견이 팽팽히 맞섰고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다. 박경미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의원들 말씀을 경청하고 열심히 공부했다"며 "건강한 토론 과정"이라고 평했다. 그러나법안 통과가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뤄진 '너무 늦은' 공부와 토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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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외부 일정까지 소화해 가며 특례법 통과를 강조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매우 무안해진 상황이 됐다. 집권여당으로서 입법성과를 내야 할 홍 원내대표 역시 정작 당내 의원 설득에 실패하면서 리더십 상처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여당은 정기국회를 앞두고 '협치(協治)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홍 원내대표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종종 수행도 없이 독대하며 국회 경내를 거니는 모습이 목격되는 등 두 사람의 협치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당내 불통과 그로 인한 입법 무능. 홍 원내대표에게 급한 것은 협치보다 내치(內治)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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