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서도 생체활동 징후와 같은 빅데이터, AI와 딥러닝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기존 노동집약적이고 많은 시간을 요하는 업무의 속성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가장 쉽게 접근 가능한 분야로서 병리 소견이나 영상 자료의 판독에 도움을 받거나 희소 질환의 진단 과정에서 도움을 받는 것이 시험적이나마 벌써 가능해지고 있다. 이를 통해 시간을 단축하고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는 성과를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4차 산업 시대의 새로운 기기 발명이 늘어난다고 해도 사용이 매우 어려워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만 한다면 일반에 보급되고 상용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 사실 새롭게 출시되는 고성능 스마트폰에 무척 다양한 기능이 탑재돼 있다고 해도 실제로는 10분의 1도 이용하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특히 기기의 사용에 적응하기 어려운 노약자 계층에는 아무리 좋은 스마트 기기라 할지라도 그 사용법이 복잡하고 어렵다면 이를 보급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고, 이를 이용한 건강관리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제 새롭게 개발되는 의료용 스마트 기기들은 누구나 쉽게 이용 가능하고, 싸고, 이동이 쉽고, 배터리가 오래 가고, 고장이 없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최근 연구개발(R&D) 및 기술의 발전이 이를 실현 가능하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신발에 부착하는 형태의 센서를 이용해 보행과 움직임, 위치를 분석해 거동 장애 환자의 재활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배회하는 치매 환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도 있다. 또 버튼처럼 작은 센서를 옷이나 신체에 부착해 신체의 움직임을 모니터하거나 발열을 체크할 수도 있고, 센서에서 생체 신호를 주기적으로 송신할 수 있다. 병원에 수신기를 설치해 퇴원 후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상이 감지되면 병원으로 오도록 연락을 취할 수도 있다. 센서 기기는 복잡한 작동 장치나 모니터도 없으며 단순한 형태로 제작될 수 있다. 병원은 환자가 내원할 때만 확인할 수 있던 다양한 생체 신호를 지속적으로 확인해 정보를 축적할 수 있게 되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로운 지표를 개발하고 이를 진료에 적용할 수 있게 된다. 병원 내에서도 혈압이나 맥박, 체온 등을 직접 측정하지 않더라도 환자들의 몸에 부착된 스마트 센서를 이용한다면 조기에 문제를 확인하고 질병이 악화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다. 이미 중환자실과 같은 특수한 병원 환경에서 이런 기기를 적용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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