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르포]가락시장 상인들 울상 “열대야에 경매 내놓은 과일·채소 썩고 무르고”(종합)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저녁에도 실내 40도 육박 찜통, 청과물들 하룻밤 새 썩어버릴 때도

가락시장 청과물 경매장에는 에어컨이 없다. 상인들이 얼음물이 담긴 플라스틱 통에 손을 집어넣으며 열기를 식히는 모습. /이재익 기자 one@

가락시장 청과물 경매장에는 에어컨이 없다. 상인들이 얼음물이 담긴 플라스틱 통에 손을 집어넣으며 열기를 식히는 모습. /이재익 기자 one@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재익 기자] "올해처럼 힘든 적은 처음입니다. 사람도 지치지만 너무 더워 하루만 지나도 박스 안 청과물이 다 썩기 일쑤예요."
지난 2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경매장. 하계 휴가(3~5일)를 하루 앞둔 이 날 가락시장 실내는 저녁시간임에도 40도에 육박한 날씨로 찜통 그 자체였다. 이곳에서 경매사로 일하는 곽종훈 씨도 연신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훔쳐내기에 바빴다. 곽 씨는 "경매가 오후 5시 30분부터 새벽 4~5시 쯤 끝난다"면서 "예년 같으면 폭염이 한 풀 꺾인 시간이지만 올해 더위는 지독할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에어컨 없는 경매장, 상인들 얼굴에선 땀이 비처럼 내려= 실제 에어컨이 없는 가락시장 실내온도는 외부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천장에서는 물이 분무기처럼 분사되고 밑에서는 대형 선풍기가 경매장소를 따라다녔지만 역부족이었다. 상인들의 옷과 얼굴은 순식간에 땀으로 얼룩졌고 채소와 청과물들도 금새 생기를 잃었다. 빨간 플라스틱통에는 얼음물이 가득 담겼고 상인들은 얼음을 퍼서 세수를 하거나 손수건에 넣어 목에 감싸며 열기를 식히기 분주했다.

곽 씨는 "사람도 힘들지만 더 큰 문제는 경매를 위해 올라오는 상품들"이라면서 "생산지에서 망가진 농산물은 이곳에 오지도 못하지만 도착한 것들도 현장에서 망가지기 일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경매가 끝난 다음날 아침 상품 상태들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상인들의 희비가 엇갈린다"고 했다.
경매장 한쪽에서는 배추와 상추 같은 엽채류 경매가 한창이었다. 30명이 넘는 중개상들은 저마다 휴대한 응찰기를 통해 상품들의 상태를 확인하며 가격을 제시했다. 5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한 무더기의 상품이 낙찰됐다.
경매에 참여한 도매상은 "저녁 경매에서 산 채소가 다음날 아침 확인해보니 더위에 상해 모두 버린 적이 지난달부터 부지기수"라며 "금전적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2일 오후 가락시장 경매장에서 도매중개상들이 경매에 나온 상품들을 살펴보며 응찰 여부를 고민하는 모습. /이재익 기자 one@

2일 오후 가락시장 경매장에서 도매중개상들이 경매에 나온 상품들을 살펴보며 응찰 여부를 고민하는 모습. /이재익 기자 one@

원본보기 아이콘


◆배추 속에서 잎이 열에 녹아버리는 일도, 가격 급등 예고= 직접 키운 상품들을 가지고 온 생산자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새 잎이 돋아야 하는데 열에 녹아버려 아예 가지고 오지도 못한 것이 허다하다는 것. 배추 농사를 짓는 한 생산자는 "매일 아침 9시 채소들 위로 차광막을 씌워 햇빛 투과율을 줄이고 있는데도 열에 잎이 돌아가거나 오그라드는 기형까지 생긴다"며 "올해 배추 농사는 모두 망쳤다"고 답답해했다. 또 다른 생산자는 "햇빛이 뜨거워서 뿌리가 새로 안착을 하지 못해 서늘해질 때까지 쉴 수밖에 없다"면서 "수확량이 줄어 시장에 나오는 상품들이 줄었기 때문에 당분간 가격 고공행진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농산물 가격은 치솟고 있다. 가락시장에서 조사한 주요 품목 시세동향을 보면 폭염이 본격화된 지난달 10~25일까지 배추, 토마토 등의 가격은 급등세다. 배추는 10kg 기준 평균 가격이 8482원이다. 폭염 전인 지난달 1~9일에 비해 158% 상승한 수치다. 전월 평균 가격 기준으로는 무려 209%나 뛰었다. 토마토도 5kg 기준 1만670원으로 지난달 1~9일보다 195% 급등했다.

곽 씨는 "폭우가 쏟아져도 힘들긴 마찬가지만 그나마 자연재해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지원은 받을 수 있다"며 "반면 폭염은 재해로 지정되지 않아 더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현대화 사업 완공 전 피해 최소화할 것"= 이에 대해 가락시장을 관리하고 있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서는 최대한 폭염 피해를 막되 현대화 사업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락시장을 총 4개 구역으로 나눠 진행되고 있는 도매권역 현대화사업은 750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대규모 공사로 현재 1구역 공사가 진행 중이다. 1구역 공사가 완공되는 것은 2020년, 모든 구역이 현대화되는 것은 2025년으로 예상된다.

손봉희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홍보팀장은 6일 “현재 진행 중인 현대화 사업이 마무리되기까지 현장에서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팀장은 “지난해까지 점포별로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에서 나오는 고온의 공기가 경매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던 것을 올해 초 건물 지붕 밖으로 빼내는 공사를 했다”며 “현대화 사업 후에는 경매장 안 온도가 여름에는 25도, 겨울에는 10도 정도를 유지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이재익 기자 one@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 굳건한 1위 뉴진스…유튜브 주간차트 정상 [포토] 외국인환대행사, 행운을 잡아라 영풍 장녀, 13억에 영풍문고 개인 최대주주 됐다

    #국내이슈

  • "제발 공짜로 가져가라" 호소에도 25년째 빈 별장…주인 누구길래 "화웨이, 하버드 등 美대학 연구자금 비밀리 지원" 이재용, 바티칸서 교황 만났다…'삼성 전광판' 답례 차원인 듯

    #해외이슈

  • [포토] '공중 곡예' [포토] 우아한 '날갯짓' [포토] 연휴 앞두고 '해외로!'

    #포토PICK

  • 캐딜락 첫 전기차 '리릭' 23일 사전 계약 개시 기아 소형 전기차 EV3, 티저 이미지 공개 현대차 수소전기트럭, 美 달린다…5대 추가 수주

    #CAR라이프

  • 국내 첫 임신 동성부부, 딸 출산 "사랑하면 가족…혈연은 중요치 않아" [뉴스속 용어]'네오탐'이 장 건강 해친다?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