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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장 임기 집착이 만들어낸 아쉬운 도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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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도시는 4년 혹은 5년마다 '홍역'을 앓는다. 다른 선진국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유독 우리나라가 심한 게 아닌가 하고 느껴진다. 이는 도시 정책을 펴나가는 데서 지나치게 임기에 집착하는 정치인들의 태도 때문에 더욱 그렇다. 시장으로 선출되면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이해하나 너무 조급한 면이 많다. 그래서 더 잘될 수 있는 공간들이 졸속으로 만들어져 시민들의 외면을 받곤 한다. 으레 선거직 공무원인 시장이 취임을 하면 대규모 공사를 기획한다. 그 덕분에 웬만해선 생기기 어려운 명물 공간이 생겨나 시민의 사랑을 받기도 하고, 졸속으로 진행된 경우엔 아까운 예산 낭비로 끝나기도 한다.

서울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청계천은 세계적으로도 모범 사례로 칭송되고 있다. 그러나 더 잘될 수 있는 공간이 임기 내 치적을 위해 진행되다 보니 여러 측면에서 아쉬운 점을 많이 남겼다. 우선 주변 건물과 연계됐더라면, 그리고 주변 도시재생과 연결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랬다면 서울 도심 일대가 획기적으로 개선돼 새로운 국면을 맞았을 것인데, 임기 이후에도 진행된다는 부담감이 작용했는지 단순히 철거와 냇물 복원으로 축소됐다.
상부의 고가를 철거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상부의 고가에는 녹지가 흐르고, 하부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도심 공간이 나올 수 있었는데, 공약상 철거라는 명분에 치우쳐 이런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채 지금의 상태로 남게 됐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도심에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난 것에 대해 고마워하고 있는 듯하다.

이후에 문제는 더 커졌다. 서울시는 예산이 허용하는 한 계속해서 고가를 철거하겠다고 했고, 충분한 검토 없이 철거를 시작했다. 필자는 몇 년 전 아현고가를 철거할 때 정당성에 대해 강하게 의문을 제기하면서 하이라인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말했다. 이후에 서울역에 하이라인이 생겨났다. 그러나 지금의 하이라인은 아쉬움이 굉장히 크다. 더 좋은 공간이 될 수 있음에도 시장이 하이라인이라고 규정 짓는 바람에 뉴욕 하이라인 모방품이 나오게 된 것이다. 고가를 존치한 상태에서 더 좋은 것을 고민하는 것과 하이라인을 만들라고 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여기서도 더 좋은 공간을 만들 기회를 날려버렸다.

광화문광장은 어떤가. 처음에 생겼을 때 방문하고 그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처음 만들어서인지 제법 많은 시민이 구경을 나왔다. 그러나 나무 한 그루 없는 콘크리트 바닥에 한글 자모만 나열돼 있어서 실망이 컸다. 최근에 다시 가보니 한국인은 거의 없고 중국인으로 보이는 관광객들만 광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물론 시위하는 천막들이 오래전부터 상주하고 있어 거기엔 한국인들이 다소 있었다. 서울시청광장도 마찬가지다. 둘 다 간헐적인 행사 때 시민들이 모이고, 일상적일 때는 시민이 거의 없는 곳이 돼 있었다.
최근에 서울시장은 용산과 여의도를 전면적으로 정비하겠다고 해 화제가 됐다. 서울시 재도약을 위해 필요한 사안이라 전적으로 찬성하는 바이지만, 과연 충분한 검토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10년을 맴돌고 있는 상암동 개발 부진과 무산, 땅을 사고도 수년째 인허가를 진행하지 못하는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사례를 보면 과연 실행될지 의심된다. 국토부와의 갈등도 조율되지 않는 듯해 더욱 염려스럽다. 게다가 이번 시장은 다음에 출마를 못 하기 때문에 다음 시장이 전임 시장의 공약을 적극적으로 계승할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이 지역 정비가 상당 기간 연기되는 게 아닌가 싶다.

정치적 임기와 무관하게 진행시킬 수 있는 힘은 시민들의 동의를 적극적으로 얻는 것이다. 정치인 개인의 사업이 아니라 시민의 사업으로 만든다면, 임기가 지나서도 지속되고 시민의 사랑을 계속해서 받는 공간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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