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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나비 한 마리/노향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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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문을 열자
나비 한 마리 날아들어 온다
한 뼘의 하늘이 얹혀 있다
다시 문 활짝 열어도
날아갈 생각을 않고
호접란 짙은 향기 속에서
미동도 없다
날개를 접어도 슬픈
날개를 안 접어도 슬픈
나비를 지키느라
한 뼘의 하늘도 꽃 속에서
제 근심을 숨기고 꼼짝 않는다
나비와 한 몸 한 뜻이라는 듯

[오후 한 詩]나비 한 마리/노향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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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시를 읽다가 이 시의 맨 처음 퍼즐 조각은 무엇이었을까에 관해 곰곰이 생각해보곤 한다. 물론 시가 비롯된 자리를 내가 알 도리는 없다. 그리고 그곳은 시에 직접 적혀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시에 그려진 장면들을 조심스럽게 하나씩 떼어내 들여다보다 보면 유독 반짝이는 조각이 하나는 있게 마련이고, 또 그 아래에는 좀 휑해 보이지만 퍼즐들이 들어설 틀이 주름 가득한 민낯으로 나를 맞바라볼 때가 있다. 이 시는 시간의 순차에 따라 쓰여 있다. 그러니 시의 첫 장면은 당연히 1-2행이다. 그러나 1-2행만으로는 시적이라고 말하기가 좀 어렵다. 3행이 더해지면서 이 시는 비로소 시가 된다. 따라서 이 시의 첫 퍼즐 조각은 "나비 한 마리"에 "한 뼘의 하늘이 얹혀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인 셈이다. 그런데 그 조각까지 들어내고 나면, 그러니까 이 시의 첫 번째 행 이전을 더듬어보면, 베란다에서 "한 뼘의 하늘"을 무연히 바라보고 있는 어떤 "슬픈" 사람이 어른거리지 않는가. 이 시는 아마도 거기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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