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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남북, 새로운 변화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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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꽤 더웠던 고등학교 2학년 여름 토요일이었다. 아침 7시30분에 등교해 야간자율학습까지 밤 10시가 넘어서야 학교에서 나올 수 있었던 시절. 주말은 해방구였다. 그날은 무슨 승부욕(?)이 발동했던지 4교시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마자 교실을 뛰쳐나와 냅다 버스정류장을 향해 질주했다. 전교에서 가장 먼저 튀어나온듯 했다. 종점에서 막 출발하려는 버스를 잡아탔는데 텅 비어있었다. 호기롭게 맨 뒷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주말 오후, 뭔지 모를 승리감에 도취돼 한창 기분이 고조돼 있던 그 때, 라디오에서 충격적인 뉴스가 나왔다. "북한 김일성이 죽었습니다." 1994년 7월 9일, 김일성의 죽음은 그렇게 하루늦게 전해졌다.
세상은 난리가 났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북한 주석이 역사적인 첫 남북 정상회담을 불과 16일 남겨두고서였다. 남북 정상회담은 취소됐고 향후 전망에 대한 말들이 분분했다. 김일성의 죽음으로 통일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분단의 상징이었던 김일성이 사라졌으니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변화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뒤늦게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남북 경협과 금강산 관광이 이뤄졌지만 북한은 늘 핵과 미사일로 국제사회에 긴장을 조성했다.

2018년 들어 남북 관계에서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은 이전과 뭔가 다른 느낌을 준다. 첫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돼 국제사회가 놀랐다. 북한이 정상 국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는 평가도 이전과 달라진 반응들이다. 시베리아 대륙 횡단철도를 타고 유럽을 여행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인터뷰에서는 한껏 높아진 기대감이 묻어난다.
개인적으로 당황스러운 것은 최근 벌어지는 이러한 변화들에 무감각해진 나 자신이다. 김일성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 나이가 한참 들었고 신경써야 할 것도 많아졌으니 그만큼 감흥을 느낄 여유가 없다고 해야 하나. 남북 화해 분위기에 무감각해진 나 자신을 깨우기 위해서라도 더 충격적인 좋은 소식들이 들려오기를 기대해볼 수 밖에…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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