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 ‘옆 발자국’=조은의 다섯 번째 시집. 섬세한 시선으로 내면에서부터 길어 올린 생의 빼곡한 비밀들을 들여다보는 시편들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산문과 아름다운 동화의 작가로도 독자들에게 친숙한 조은은 매번 긴 호흡을 들여 신중하지만 꾸준하게 시집을 묶어왔다. 조은 시집을 설명하는 말은 공통적으로 ‘모순’이다. 어둠과 빛, 생과 죽음의 경계에 집중해온 시인에 대해 이 시집의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오생근은 다음과 같이 평한다. “조은은 모순의 경계를 살면서도 경계를 위반하거나 초월하는 모순을 감행하지 않고, 위험한 벼랑에서 뛰어내리거나 미끄러지지도 않는다. 그는 가능한 한 모순을 견딜 수 있을 때까지 견디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빛의 출구를 찾으려고 할 뿐이다. [……] 벼랑과 경계의 글쓰기는 그 어떤 관성이나 타성 혹은 무의미한 반복을 벗어난 시, 삶의 끝이 죽음과 맞물려 있다고 의식하면서도 결국은 죽음이 아닌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발걸음 혹은 발자국의 시 쓰기이다.” 조은은 그간의 자신의 내면에서 찾아온 ‘생의 아이러니’ ‘존재의 고통’을 자신의 주변부에서 또한 발견하고 공감하는 동시에, ‘지금 이 순간’이 결국 지나온 시간 속 기억과 앞으로 다가올 죽음이 맞닿는 자리에 있다는 인간 존재의 숙명을 들여다보며 삶을 더 깊게 이해해가는 여정을 이번 시집에 담았다.
◆정한아 ‘울프 노트’=론 울프(lone wolf). 직역하면 외로운 늑대이지만, 단독 범행자 혹은 고립주의자를 의미하기도 한다. 정한아 시에서 울프 씨는 세계의 문제를 거창하게 부풀릴 줄 모르고, 또한 불의와 타협할 줄을 몰라서 태생적으로 불화한다. 그의 노트는 루머로서만 존재하며, 종종 거짓과 추문으로 몰리곤 한다. 하지만 부적응과 자기 폐쇄로 사회와 동떨어진 듯 보이는 이 울프 씨야말로 세상의 ‘명쾌’와 ‘간편’의 대척점에 서서 세계를 똑바로 반성하게끔 하는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정한아는 간파한다. 이 부정성의 세계에서 끊임없이 분투할 울프 씨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결국 시인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를 시사하기도 하는 것이다. 천박과 악다구니로 가득한 세속의 것들을 질료로 삼아 시를 쓰고 세계를 느끼는 것. 정한아는 히스테릭할 정도로 반성과 경계를 집요하게 촉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결국 땅에 발붙인 속된 것들만이 가질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그가 사랑한 울프 씨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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