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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왜 결국 살해당했나…반의사불벌죄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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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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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동거녀를 4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30대 남성 A 씨가 동거녀의 선처를 받고 풀려난 후, 다시 동거녀를 찾아가 결국 살해했다. 전문가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을 안하는 반의사불벌죄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A 씨는 B 씨와 동거하며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B 씨를 폭행한 혐의로 이미 조사를 받았다. 이 가운데 경찰은 3월 말 법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B 씨가 처벌을 원치 않아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피해자의 선처로 풀려난 A 씨는 지난 4일 새벽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주택에서 경제적인 문제로 다투다 결국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위 사례와 같은 데이트폭력은 경찰청 데이트폭력 발생 현황에 따르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6675건이던 것이 2015년에는 7692건, 2016년 8367건에 달했다.
문제는 이런 폭력 사건이 모두 신고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데이트폭력 피해 실태 조사 결과와 과제’에 따르면 피해자 188명 중 신고한 사람은 30명에 불과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신고할 정도로 폭력이 심하지 않아서’(33.8%)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또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17%), ‘신고나 고소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9.8%)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가해자의 보복이나 협박이 두려워서’ 신고를 못 했다고 대답한 비율도 4.5%에 달했다.

◆ 데이트폭력 피해자들, 이성적 사고 할 수 없어…법 개정 필요

‘신고할 정도로 폭력이 심하지 않아서’, ‘수차례 폭행에도 선처를 하는 피해자’ 같은 심리에 대해서 범죄심리전문가는 지속적인 폭행에 노출된 피해자들은 이성적 사고를 할 수 없다며 관련 법 사각지대를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속적인 폭력에 노출된 피해자의 경우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없다”면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 처벌을 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동이나 장애인을 상대로 하는 폭력의 경우 처벌에 대해 피해자의 의사를 적용하지 않지만, 유독 성인 피해자의 경우 피해자 의사에 따라 처벌 여부를 적용한다”며 반의사불벌죄 사각지대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반의사불벌죄 개정을 하지 않고 이대로 두는 것은 피해자들의 생명권을 보장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다른 나라의 경우 관련 법은 피해자들의 생명권 보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 영국의 경우 2009년 자신의 전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당한 클레어 우드의 이름을 따 클레어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의 특징은 데이트 상대의 가정폭력 전과 또는 폭력과 관계된 전과를 조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시행 첫해 1300여 명의 여성을 데이트폭력에서 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호주에서는 2012년 ‘가정 및 가족 폭력 보호법’을 통해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가정폭력의 범위에 넣어, 연인 사이에 일어나는 폭력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시작했다. 폭력을 가한 가해자가 피해자가 있는 주변으로 접근할 수 없고, 법원에 출두하기 전까지 피해자 주변에 가해자가 접근할 수 없도록 조건부 석방을 내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데이트폭력을 각각 가정폭력방지법과 여성폭력방지법으로 대처하고 있다. 여성폭력방지법에는 ‘가해자 의무체포’와 민사보호명령(민사상접근금지명령)을 두고 있다. 경찰은 이 법을 근거로 가해자 의무체포와, 법원에서 영장을 받지 않아도 경찰이 가해자를 현장에서 체포할 수 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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