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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갇힌 공무원]'정경유착' 인식 확산에 대관업무 없애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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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에 경제계 목소리 반영안돼" 우려
공식 창구로 로펌 활용하기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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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 A사에서 정부 관계자들을 상대했던 대관부서 김 모 상무는 요즘 6시에 '칼퇴근'을 한다. 대관업무를 맡은 이후 매일 점심, 저녁마다 국회 보좌관, 공무원 등을 만나 정책 방향을 확인하고 실제 기업들이 직면한 상황을 설명하는 게 일상이었지만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이후 이런 활동이 적폐로 몰렸고, 공무원들도 만남을 꺼려해 활동이 크게 줄었다.
정부가 기업과의 소통을 '정경유착'으로 인식하고, 기업과 거리두기를 하면서 기업들은 정부의 정책에 이해 당사자인 경제계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우려하고 있다.

20일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 들어서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고서는 공무원을 만나는 기회가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공무원이나 기업이나 만나서 소통하는 것이 행여 문제가 될까 서로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공무원이 퇴직자 등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외부인과 접촉할 경우 그 내용을 보고토록 하는 '외부인 접촉 관리규정'을 시행하면서 공무원 사회 전체에 확산됐다. 공정위는 외부인 접촉 보고 대상자로 ▲외형거래액 100억이상 법무법인, 합동법률사무소 28개 소속 변호사, 회개사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된 공정위 대관 임ㆍ직원 ▲공정위 퇴직자 중 법무법인과 대기업에 재취업한 자 등을 선정했으며, 이들과 접촉한 공정위 직원은 5일내에 상세 내역을 감사담당관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이에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이상 담당 직원을 만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 공정위에 이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4월부터 이 같은 외부인 접촉관리 규정을 만들어 시행했으며, 지난 17일부터는 전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공무원 행동강령'이 시행됐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정경유착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따갑게 되자 삼성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대관기능을 약화시켰다. 삼성은 지난해 2월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면서 TF(태스크포스)와 계열사별 이사회, 최고경영자(CEO) 중심으로 경영을 하는 반면 기존의 대관 업무를 아예 없애버렸다.

대신 기업들은 로펌을 공식창구로 활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안 별, 시기 별로 계약을 맺고 자사의 대관 담당 직원이 아닌 로펌 변호사가 공무원을 만나 기업의 상황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김앤장 등 대형로펌은 지난해부터 이 같은 '법률컨설턴트' 전담 부서를 별도로 설립하고 적극적으로 영업을 해나가고 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기업 대관 담당자가 부처에 찾아가다가 나중에 문제될 수 있어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가 대신 기업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며 "김앤장이 삼성 등 주요 기업들의 대관 관련 계약을 싹쓸이 할 정도로 최근 규모가 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아무래도 로펌 변호사가 기업 현안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정부 정책이 현실성과 실효성이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까 우려하고 있다. 또 로펌 변호사를 계약할 수 있는 주요 기업들 외에 중견 기업의 목소리는 정책에 반영되지 않을수도 있다는 지적을 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업들의 목소리를 경제단체서 조율해 정부가 국회에 전달했지만 최순실 게이트 이후 경제단체를 패싱하는 분위기라 제대로 소통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다보면 비싼 로펌 변호사를 고용한 일부 기업의 의견이 더 크게 반영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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