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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단순 재료 아닌 공동작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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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목공예가 에른스트 갬펄 인터뷰

"나무, 단순 재료 아닌 공동작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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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지희 수습기자] “나무는 지배나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작품을 완성해가는 공동작업자다. 작품에 나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두는 게 작업의 핵심이다.”
독일의 목공예가 에른스트 갬펄(53)은 29일 서울 종로의 갤러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본인만의 작업 방식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런 작업 방식이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이어져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비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로에베 파운데이션이 주최한 ‘로에베 공예상’에서 전세계 후보 4000여명을 제치고 우승자로 선정됐다. 당시 상을 런칭한 조나단 앤더슨 로에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갬펄을 “특유의 특징이 있는 작가”라고 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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갬펄이 목공예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평범하지 않다. 대학에서 예술을 공부한 적이 없는 그는 가구 제작 등 다양한 목공 일을 하다 우연히 나무의 매력을 알게 됐다. 당시 경험은 나무 본연의 형태를 존중하는 그의 작품 철학에도 영향을 미쳤다.

“가구를 제작하는 일을 했을 당시에는 주로 다듬어진 형태의 나무를 접했다. 반면 나무를 깎는 일을 하면서는 통나무를 그대로 만질 기회가 많았다. 후자의 작업에 더 큰 끌림을 느꼈다.”

그의 작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소통’이다. 나무를 공동작업자로 여기는 작품관도 여기서 비롯됐다. “나이테와 가지, 옹이의 형태를 보면 나무가 어떤 시간을 보내왔는지 이해할 수 있다. 각각이 다른 성향을 갖고 있다는 점도 알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해한 내용을 작업에 반영한다.”

소통 과정에서 작품의 초기 구상을 수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 또한 다양한 실험의 하나로 본다는 게 갬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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갬펄은 가장 소통하기 쉬운 나무로 오크(참나무)를 꼽았다. 심지어 주변 지인들이 그를 부르는 별명도 ‘오크맨’이다. 갬펄은 “독일에서 오크는 한국의 소나무 같은 의미”라며 “주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이자 작업할 때 가장 여러가지 실험이 가능한 재료”라고 했다.

갬펄의 작품은 독특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변형된 형태가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작업이 마무리된 후 나무가 어떤 형태로 변형될지 예측할 수 있을까.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30년 동안 나무와 호흡하며 쌓인 경험에서 온 자신감이 묻어 나왔다.

그에게 지난해는 매우 큰 의미가 있었다. 로에베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음은 물론 이를 기점으로 전세계 순회전도 했다. 그런 만큼 작업량도 급격히 늘었다. 작년 한 해에만 큰 작품 30점을 포함해 약 60점을 만들었다. 그는 “작업 중간중간 기계를 고치거나 정원을 가꾸는 식으로 다른 소재를 만지며 기운을 얻었다”며 “그래도 결국엔 나무로 돌아간다”며 웃었다.

갬펄은 다음달 28일까지 서울 종로의 더그라운드에서 개인전을 연다. 올해 제작한 신작 열세 점을 포함해 총 서른아홉 점이 전시된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가운데가 오목한 그릇 형태의 목공예품이다. 그는 “제작 전부터 이 곳의 전시 공간을 고려해 구상한 작품이라 애착이 간다”고 했다.




김지희 수습기자 way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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