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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알아본]왜 수입맥주만 쌀까요…동네슈퍼까지 뛰어든 가격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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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들어 4캔 묶음 8000원대까지 떨어져 …한 캔에 990원짜리 발포주도 수입
관세청에 수입 원가를 낮게 신고하면 세금 덜 내는 구조…마진 줄여 싸게 팔아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동네 골목 어귀에 있는 작은 슈퍼. 50대 아주머니가 사장님이자 종업원인 이 슈퍼 냉장고에 뜬금없는 방이 붙어 있습니다. 친숙한 이름의 막걸리와 소주와 맥주가 세워진 냉장고 사이에서 이방인처럼 벨기에 맥주 '스텔라 아르투아' 4캔 묶음팩이 덩그라니 자리 잡고 있었지요. 그 아래엔 주인 아주머니가 손으로 투박하게 쓴 '수입맥주 4캔 만원'이라는 안내문. 대형마트나 편의점,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이어 동네수퍼까지 수입맥주 전쟁에 뛰어든 셈이지요.
하지만 '4캔에 만원' 마저도 세탁소에 맡겨야 할 겨울 코트처럼 철 지난 이야기입니다. 올해 3월들어 대형마트 간 맥주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수입맥주 인기가 날로 치솟으며 가격이 내려가는 중입니다. 요즘같은 고물가 시대에 떨어지는 상품도 있다니. 고마운 마음에 마트에만 가면 카트에 맥주만 잔뜩 싣고 싶을 정도입니다.

롯데마트는 지난달부터 500ml '골라담아' 수입맥주 4캔을 8800원에 팔았습니다. 지금까지 9000원대를 유지해오다가 처음으로 8000원대까지 떨어진 것이지요. 홈플러스 역시 이달부터 500ml 4캔 혹은 330ml 6캔 기준으로 수입맥주를 8900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같은 조건에 9000~9800원에 판매했던 제품들입니다.

이번주엔 500ml 한 캔(990원)에 1000원도 안 되는 수입맥주까지 나왔습니다. 롯데슈퍼에서 판매하는 스페인산 ‘라 에스빠뇰라(500ml)가 주인공인데요.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도 아닌데 이렇게 가격이 싼 이유는 우리나라에선 이 맥주가 발포주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맥아 비율이 적은 발포주는 맥주와 세금 구조가 달라 훨씬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습니다. 맛에서 큰 차이점이 느껴지지 않는데다 가격까지 착한 발표주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 맥주마니아들의 '먹킷리스트'에 오를 만 합니다.
수입맥주는 마트 진열대에 놓자마자 무섭게 팔리고 있습니다. 수치로도 명확히 나타납니다. 롯데마트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롯데마트 연도별 맥주 전체 매출을 100으로 봤을 때 수입맥주 상대치는 전년대비 2014년 27.0%, 2015년 33.5%, 2016년 36.5%, 2017년 43.3%, 2018년 49.3%(1월 1일~3월 26일 기준)로 올랐습니다. 단 5년 사이에 2배 가까이 판매율이 높아진 겁니다.

국내 수입맥주 반입량(국세청 기준)도 2010년 대비 지난해 6배 가량 높아졌습니다. 2010년 4375만달러에서 지난해 2억6309만달러까지 증가했지요. 마트 간 수입 맥주전쟁이 본격적으로 발발된 지난해엔 전년(1억8158만달러) 대비 가장 큰 폭(8151만달러)으로 성장했지요. 특히 올해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 맥주에 대한 수입 관세가 사라지고 7월부터는 유럽연합 맥주에 대한 관세도 철폐됨에 따라 수입 맥주 저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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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수입맥주 가격이 어떻게 뒷걸음질 칠수 있는지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대형마트에서 취급하는 수입맥주는 점포별로 차이는 약간씩 나지만 대략 300~400개 종류에 육박합니다. 수입 맥주는 매출과 고객 선호도에 따라 들어오고 나갑니다. 국내에 수입 되는 맥주는 총 600개로 알려졌는데, 이중 70% 정도는 마트에서 쉽게 찾아볼수 있는 거지요.

쉽게 이야기하면 국산 맥주의 경우 판매관리비와 영업비, 마케팅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해 출고가에 맞춰 세금이 부과되는 구조입니다. 이와 달리 수입 맥주는 수입 신고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게 돼 관세청에 수입 원가를 낮게 신고하면 세금을 덜 낼 수 있는 구조입니다. 맥주 수입사에서 유통마진을 조절해 판매 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수입사에서 맥주를 떼어오는 대형마트가 마진을 줄이면 얼마든지 싸게 팔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4캔에 1만원, 6캔에 1만원, 8캔에 1만원과 같은 큰 폭의 할인행사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수입맥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고운 것 만은 아닙니다. 일각에서는 수입맥주들이 정확한 수입원가가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4캔 만원’ 같은 묶음 행사가 실질적인 할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과 맥주 수입사들이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음에도 국산 맥주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을 형성한 뒤 대폭 할인하고 있는 것처럼 마케팅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쨌든 수입 맥주가 마트에 가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건 사실. 형형색색의 디자인을 구경하며 눈요기도 톡톡히 할수 있지요. 내일이면 금요일. 주말에 마실 맥주부터 좀 쟁여 놓아야겠습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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