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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한반도의 ‘굿캅’ 그리고 ‘배드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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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북한과 미국이 서로 대화 의지를 표명하고도 실마리는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특사 파견을 승부수로 띄웠다. 그러나 주변국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미 백악관은 지난 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대북특사 파견' 자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한미 양국 정상이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고만 밝혔다.
반면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특사 파견 계획에 대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긍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중국은 한국이 대북특사를 보내는 것과 북미가 최근 양자대화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데 대해 환영하며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2일 정례 브리핑 중 "대북 대응에서 한미일 3국간의 긴밀한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며 "3국간 강력한 연대로 북한의 정책이 바뀌도록 모든 방법으로 압력을 최대한 높여 나아간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및 언론은 북한이 앞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남으로 보내 북미대화 의향에 대해 밝히자 잔뜩 경계했다. 대북제재 강화라는 강경론을 펼쳐온 일본으로서는 이른바 '일본 패싱'이 우려되는 것이다.
일본 패싱에는 전례가 있다. 1994년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 동결 대가로 경수로 건설 및 중유 공급을 약속한 '북미 제네바 합의' 당시 일본은 배제된 바 있다. 일본은 이번에 비슷한 양상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분위기를 흔들려 들었다.

지난달 26일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같은 도발을 삼간다면 미국은 일본을 제쳐두고 대북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요미우리는 일본 정부가 심지어 문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방북할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 포위망에 균열이 생기리라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도쿄(東京)신문ㆍ산케이(産經)신문은 지난달 25일 김 부위원장의 방남을 둘러싼 한국 보수단체의 반대 집회와 자유한국당의 반발 소식도 비중 있게 다뤘다. 한국인들 사이에 대북대화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는 식으로 분위기를 몰아간 것이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공해상에서 외국 선박과 화물을 옮겨 싣는 '환적(換積)' 사례도 평창 올림픽 기간 중 잇따라 공개했다. 대북 압박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현지 언론들은 평창 올림픽 정리 기사에서 이번 올림픽이 정치에 이용됐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일본이 '한미일 3국간 긴밀한 연대' 운운하지만 일본은 연대 대상이 아닌 것이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는 우리다. 벤 카딘(메릴랜드) 미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지난달 하순 자유아시아방송(RFA)과 가진 회견에서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어떤 소통도 긍정적"이라며 "한국이 자국 안보이익에 뭐가 부합하는지 결정하는 데 대해 미국은 존중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북특사의 임무는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입장에 대해 확인하고 북한이 북미대화에 나서도록 설득하는 일일 것이다.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서로 싸우는 것보다는 대화가 낫지 않은가.

미국의 입장은 비핵화 목표가 명시되지 않는 한 북미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는 2일 대북 제재 강화 방침을 또 밝혔다. 북한이 치명적인 화학무기를 자국민(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의미)에게 사용한 게 확인됐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이 이처럼 '배드캅(bad cop)' 역할만 고집한다면 우리는 '굿캅(good cop)' 역할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 한반도는 우리가 전쟁 없이 보전해야 할 우리 땅이기 때문이다.






이진수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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