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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 칼럼]한국GM, 시장 논리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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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2002년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는 법정관리중인 대우자동차를 4억 달러에 인수하고, GM대우로 간판을 바꿨다. GM은 인수후 GM대우의 주력 차종 라인업을 GM 브랜드로 바꿨다.

대표적인 차종이 호주 GM홀덴의 고급 세단 '스테이츠맨'. GM은 한국에서 홀덴 스테이츠맨을 주문자상표 부착생산(OEM)에 따라 GM대우 브랜드로 판매했다.
하지만 스테이츠맨은 고향인 호주에서 실패한 차였다. 도입 당시 호주에서 연간 판매량이 2000대에 그쳤다. 결국 출시 1년여 만에 스테이츠맨은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그 뒤 홀덴의 스테이츠맨 후속모델인 베라타스 역시 똑같은 방식으로 GM대우에서 생산ㆍ판매했으나 2년 만에 퇴장했다.

GM은 애초 부터 한국 시장을 성장과 육성보다는 글로벌 구조조정 전략에 따른 재고차량 처분기지 정도로 여겼다. GM 입장에서는 5000억원이라는 상대적으로 싼값에 재고차량 처분기지를 확보할 수 있었던 셈이다.

GM이 스테이츠맨을 한국 시장에 도입하겠다는 한 시점에 호주 홀덴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던 점이 이를 방증한다. 호주 정부가 무너져가는 자국 브랜드를 살리기 위해 GM의 요구대로 지원금을 퍼붓고 있었다. 호주 정부 돈을 받은 GM 입장에서도 홀덴에서 생명력을 잃어가던 스테이츠맨을 한국에서 생산ㆍ판매하기로 했다. 시장 논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결정이었다.
결과는 참패였다. 오래전부터 한국 소비자 니즈를 반영해 고급차 시장을 양분하던 현대자동차 에쿠스와 쌍용자동차 체어맨의 경쟁력을 뛰어 넘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독일의 메르세데츠 벤츠, BMW, 아우디, 일본 렉서스 등의 수입차가 한국 고급차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호주에서 실패한 차가 한국 시장에서 먹힐 가능성은 처음부터 없었다.

GM은 이제 한국 시장 철수를 공식화하고 있다. 최고경영자 메리 배라가 호주와 러시아에서 철수하고 자회사 오펠을 매각한 상황에서 한국에서도 철수할 수 있다고 언급한 후라 놀라운 일은 아니다. GM은 우리 정부에 호주 홀덴과 똑같이 지원금을 요청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돈을 준다면 철수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오는 6월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국가 경제를 고려할 때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니다. 한국GM 근로자 구조조정 문제와 수많은 1ㆍ2ㆍ3차 협력 업체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럴 때 일수록 정부는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한다. 돈을 주기에 앞서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을 통해 한국GM의 재무와 경영 상황를 제대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한국GM 지분 17%를 보유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2014년부터 누적된 적자에도 경영간섭은 물론 제대로 된 경영자료도 보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한국GM이 존속가치가 있다면 돈을 지원해야겠지만, 반대일 경우 과감히 포기도 검토해야 한다. 시장 논리를 무시한 스테이츠맨이 홀연히 없어졌듯이, 자칫 잘못된 결정으로 수조원에 달하는 국민세금이 거품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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