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바이어는 납기 잘 지키는 회사를 좋아한다. 실력이나 품질이 비슷하면 제 때 물건 대주는 회사와 손을 잡는다. 중소기업은 이런 '자격'을 두고 경쟁하는 수가 많다. 중소기업은 광고나 홍보에 쓸 돈이 별로 없다. TV나 신문광고는 언감생심이다. 흔히 '지라시'라고 부르는 광고전단은 내키질 않는다. 자칫하면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망가질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중소기업에게 마케팅이란 납기 잘 지키는 것, 납기 잘 지키는 회사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뿐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을이고 바이어에도 을이다. 마케팅은 이런 이중고의 다른 표현이다. 이걸 못 하면 끝이다.
이번엔 어느 소상공인 얘기. 서울 서대문구에서 오징어ㆍ생선찌개 요리를 식사ㆍ안주용으로 만들어 파는 D가게의 젊은 사장 부부는 작은 홀에 테이블을 몇 개 두고 배달을 병행한다. 배달 비중이 훨씬 크다. 음식을 배달하는 가게가 음식의 맛과 신선도를 지키면서 넓은 배달망을 확보하는 건 말로만 쉽다. 가까스로 '여기 괜찮다'는 리뷰 수 십 개, 수 백 개쯤 확보하면 살아남을 수는 있는 정도다. D가게는 옆 동까지만 배달을 한다. 동선을 따지면 같은 동이나 다름없다. 음식을 받아서 포장을 열었을 때 김이 모락모락 나게 하겠다는, '역발상 프리미엄 동네 배달 서비스'다. 적중까지는 아니라도 입소문이 그럴듯하게 나서 배달 알바 3~4명을 고용했다. 주간에 1명, 야간에 2~3명이 배달을 한다. 낮에는 '남편사장'이 배달을 거든다. 주말이나 연휴에는 배달 알바 1~2명을 추가로 투입한다.
사장 부부는 요즘 주방 이모님만 남기고 배달 직원들은 정리하려 한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다. 대신 배달대행업체와 제휴를 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더 멀리까지 서비스를 해볼 참이다. 일자리안정자금 같은 정부 보조는 D가게 사장 부부에게 애매하다. 제도권으로 들어가는 문제라서 그렇다. "손실이 얼마나 생길 것으로 예상하느냐"고 S사 김 대표나 D가게 사장 부부에게 물으면 대답은 "글쎄요"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괜히 그런다고 이들을 욕하겠는가. 여차하면 빚더미에 오른 채로 나자빠지는 바닥에서 버티고 버티는 사람들은 당장 다음 달이, 다음 주가, 내일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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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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