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면 28세가 됐을, 한 영국소녀의 이름을 기억하고 싶다. 이모할머니와 동거남의 학대 끝에 2000년 2월 사망한 빅토리아 클림비(8). 그의 죽음은 영국 전역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영양실조 상태였던 시신에는 무려 128개의 상처가 남겨져있었다. 담뱃불ㆍ밧줄 자국, 자전거 체인과 망치로 얻어맞은 흔적이 곳곳에 가득했다.
한국판 클림비 보고서는 없을까. 우리나라에서도 아동학대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막으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차원의 체계적인 조사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때가 되면 충격적인 뉴스가 보도되고,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고, 모두들 잊는 악순환. 이 와중에 관련 예산은 되레 줄어드는 추세다.
3개월 이상 욕실에 갇혀 락스세례 등 학대를 받다 숨진 신원영 군의 이야기가 모두를 경악케 한 게 2년전 이맘때다. "살아만 돌아오라"고 기도했던 고준희 양은 아버지에게 암매장된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2014~2016년 학대로 사망한 '공식' 아동의 수는 66명에 달한다.
중요한 것은 관심이다. "가족 일이니 신경끄시죠." "그냥 넘어진거에요."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또는 불편하다는 이유로, 우리의 묵인과 무관심 속에서 이 아이들을 살릴 기회는 과연 몇 번이나 지나갔을까.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기숙사가 기울고 있어요" 연세대 소동…학교 측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