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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차고 피투성이 폭행…재범 막을 수 있는 방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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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사진=연합뉴스

전자발찌/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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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는 위치추적 장치…범행 막을 수 있는 즉각적 조치 필요
전자발찌 끊고 도주하는 경우도 매년 평균 10건에 달해
법무부 개선된 전자발찌 개발했지만…전문가 “보호관찰관 증원 절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 전과가 있는 한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하다 미수에그쳤다. 이 과정에서 피해 여성은 얼굴이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 전자발찌를 찬 상태로 이뤄지는 범행에 대해 그간 전자발찌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꾸준히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개선된 전자발찌를 개발했지만 범행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40대 남성 A 씨는 경기도의 한 미용실에 들어가 혼자 있던 여성 미용사 B를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했다. 공개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A 씨는 B 씨의 목을 조르면서 마구 폭행하고 머리를 잡아 바닥에 수십 차례 내리찍었다. B 씨는 한 매체를 통해 “맞으면서 제가 바닥에 누웠고 물린 자국도 있다”며 안간힘을 다해 도망가려 했지만 A 씨는 폭행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이후 B 씨의 손발을 테이프로 묶고 달아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 전과자가 여성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사진=SBS 뉴스 화면 캡처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 전과자가 여성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사진=SBS 뉴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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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전자발찌를 찬 보호관찰 대상자였다. 하지만 보호관찰 담당 기관은 A 씨의 집에서 약 20㎞ 떨어진 경기도에서 A씨가 성폭행을 시도하고 목숨을 끊을 때까지 B 씨의 신변 보호는 물론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가해자가)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질러야 하기 때문에 (폭행으로) 상대를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제압했어야만 했을 것”이라며 전자발찌 제도의 사각지대를 지적했다.

전자발찌를 부착하면 법무부 위치추적 중앙관제센터를 통해 24시간 감시를 받게 된다. 문제는 범행에 앞서 전자발찌까지 떼어내 버릴 경우 위치추적 중앙관제센터에 화면이 뜨지만, 경찰은 위치추적기가 있는 곳만을 추적하고 범행 대상자는 즉각적으로 찾을 수 없어 사실상 범행을 저지르는 시간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충남 천안시의 한 아파트에서 여중생 4명을 추행해 1년 6개월을 복역한 C(46) 씨는 출소한 지 3일 만에 대전 동구의 한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술값 대신 휴대용 위치추적장치를 맡기고 유유히 빠져나왔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7월 전자발찌를 찬 40대 남성이 10대 여성을 성폭행해 징역 11년을 선고받았다. 두 차례 성범죄 전력이 있던 그는 보호관찰소 직원에게 “술을 먹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여성의 거주지에 침입해 성폭행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자발찌 부착자 중 성범죄자의 동종 재범률은 증가 추세다. 법무부의 최근 5년간 전자발찌 부착자 재범현황을 보면 재범률은 2011년 15명에서 2016년 8월 기준 35명으로 2.3배 늘었다. 또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2년 22건이었던 전자발찌 착용자 재범건수는 2013년 31건, 2014년 52건, 2015년 62건, 2016년 69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재범 유형별로는 2012년부터 2017년 8월 말까지 성폭력 범죄가 90%를 차지했다. 또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는 경우도 매년 평균 10건에 달한다.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한 범죄자는 지난해 6월 기준 총 76명. 이 중 성범죄자는 66명(86.8%)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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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계속되는 전자발찌 실효성 논란에 법무부는 올해부터 ‘지능형 전자감독시스템’을 시범 운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기에는 생체 정보를 감지하는 센서가 달려 부착 대상자의 맥박, 체온, 움직임 및 위치 등 정보는 실시간으로 중앙관제센터로 전송된다. 이렇게 전송된 정보로 센터는 부착 대상자의 과거 범죄수법, 이동패턴 등을 분석해 재범 위험성을 실시간으로 예측한다. 기존의 전자발찌는 범죄가 발생하면 범죄자를 신속하게 잡겠다는 사후 대응의 성격이 강하지만, 새로운 시스템은 이 같은 기능으로 범죄징후를 파악해 선제 대응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 역시 전자발찌 대상자가 범행을 저지르는 순간에는 즉각적인 조치를 할 수 없어 전자발찌 실효성의 의문은 여전하다. 또 보호관찰관 인력 부족으로 전자발찌 착용자의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보호관찰 등 사건수는 ▲2013년 219,333건 ▲2014년 225,050건 ▲2015년 242,693건 ▲2016년 275,460건으로 2013년 대비 25.6%로 증가한 반면, 보호관찰소 인력은 ▲2013년 1,364명 ▲2014년 1,367명 ▲2015년 1,367명 ▲2016년 1,356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에 따라 보호관찰인력 1인당 관리사건은 ▲2013년 161건 ▲2014년 165건 ▲2015년 178건 ▲2016년 203건으로 업무가 과중되고 있다. 2016년 기준 선진국의 보호관찰인력 1인당 관리사건은 ▲미국 45건 ▲영국 16건 ▲스웨덴 9건 등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보호관찰 업무는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성범죄 전과자들의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이들을 관리하는 보호관찰 인력의 증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전자발찌가 재범 억제에 일정 부분 효과는 있다”면서도 “성범죄 전력이 있는 전자발찌 대상자의 재범을 막으려면 이들을 관리하는 보호관찰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는 한 매체를 통해 “(전자발찌는) 분명히 재범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그런 장치지 실제로 현장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 대해서 행동을 제지하는 장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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