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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서해5도 해상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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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인천 연평도는 과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조기 파시'가 형성됐던 곳이다. 조기는 봄철 산란을 위해 전라남도 흑산도를 거쳐 연평도로 몰려드는데, 4~6월 파시철이 되면 연평도는 조기떼로 넘쳐나고 어선 수만도 수천 척에 달했다. '파시'는 풍어기 때 바다(해상)위에서 일시적으로 열리는 생선시장을 일컫는다.

당시 연평도에선 '개도 돈을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돈이 넘쳐났다고 하니 조기 파시로 사람들과 마을이 풍요를 누렸을연평도의 명성을 짐작케한다. 하지만 해방직후까지 최고 절정을 이루던 연평도 조기파시는 한국전쟁 후 남북한의 어로 한계선이 그어진 뒤 조기잡이가 급감하면서 1960년대 말부터 막을 내린다.
이 때문에 오늘날 연평도를 조기파시의 성시로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그 보다는 서해교전이나 연평도 포격도발 등이 먼저 떠오를 정도로 남북간 군사적 긴장감 속에서 주민들은 여전히 전쟁의 위협을 받고 있다. 어디 연평도 뿐이겠는가. 백령도, 대청도를 포함한 서해5도가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 최대 화약고가 되면서 '안보의 성지'인 이곳을 평화의 바다로 만들자는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계속돼왔다.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경색됐던 남북 연락 채널이 2년 만에 재개통되면서 서해5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조짐이 보이자 서해5도 어민들과 시민단체가 평화 체제의 출구 전략으로 남북의 새로의 경제협력 모델을 만들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다 위 개성공단'이라 일컫는 '해상 파시((波市· 바다 위 생선 시장)'다. 백령도에서 연평도까지 북방한계선(NLL) 해상에서 대형 바지선을 띄워 남북 수산물을 교역하자는 것인데, 그 옛날 황해도 어선들이 연평도 조기파시에 몰렸던 상황이 재현되는 셈이다.
시민단체는 해상파시가 이뤄지면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막아냄으로써 남측 어민들의 어업을 보호하고, 북측은 중국에 기대지 않더라도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백령도 용기포항과 연평도 신항, 북한에서 추진하는 강령 농수산물 가공단지 등 옹진반도 연안의 수산 인프라와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전망했다.

해양수산부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을 구체화하기 위해 NLL 해상파시 설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서해 5도가 분단의 바다에서 평화와 번영을 위한 화합의 바다로 거듭날 수 있을 지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크다.

지금은 비록 남북 경색의 단초가 돼버렸지만 과거 개성공단처럼 서해5도 해상파시가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한 또다른 출구 모델이될 수 있길 희망해본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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