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오늘 저녁 뭐 먹지]눈 오는 날 먹는 어묵탕의 맛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눈은 쌓이고 길거리 노점 어묵 꼬치도 쌓이네

[오늘 저녁 뭐 먹지]눈 오는 날 먹는 어묵탕의 맛
AD
원본보기 아이콘


눈이 펑펑 내리는 날 많이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가 따뜻한 어묵탕이다. 눈발 헤치고 종종걸음으로 집을 향해 걷다가 어묵 한 꼬치 먹을 수 있는 노점을 발견하면 그저 반갑기만 하다. 옹기종기 모여 서서 주글주글 주름 잡혀 꽂힌 어묵이든 동그랗고 긴 어묵이든 하나 집어 들면 절로 온기가 느껴진다. 큼직한 무 토막을 비롯해 갖은 재료 넣고 하루 종일 끓인 어묵 국물은 넌지시 건네는 종이컵에 담겨 있다. 이 국물 호호 불어가며 어묵을 먹다보면 눈은 쌓이고 빈 꼬치도 쌓여만 간다.

이 길거리 음식을 부르는 말은 '오뎅'이다. 오뎅은 어묵의 일본말이라고 흔히 여긴다. 주점 메뉴판에서도 어묵탕을 버젓이 오뎅탕이라고 쓴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어묵과 오뎅은 다르다. 어묵은 생선살을 으깨 만든 음식인데 일본어로는 '가마보코(かまぼこ)'다. 오뎅(おでん)은 이 어묵과 계란, 무, 유부, 소 힘줄 등이 들어간 국물요리다. 이를테면 어묵탕이 오뎅인 것이다. 오뎅탕은 잘못된 말인 셈이다. 오뎅은 요리의 이름인데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의 이름으로 와전됐다.
어묵탕, 혹은 오뎅이 눈이 오는 날 특히 생각나는 음식인 이유는 그 국물에 있다. 으깬 생선과 여러 재료가 오랜 시간 어우러져 스며든 국물은 추위에 잔뜩 움츠린 몸을 부드럽게 달랜다. 국물 한 숟가락과 그 국물 배어든 어묵을 같이 씹다보면 담백하지만 한편으로는 풍성한 맛이 혀를 감싼다. 입안을 가득 채운 이 한입을 넘기면 어느새 추웠던 기억도 목구멍 너머로 사라지게 마련이다.

언론인 홍승면 선생도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한 잡지에 연재했던 음식 칼럼 '백미백상'에 오뎅에 대해 "삶은 요리이고 보면 맛의 생명은 재료와 국물에 달렸다. 재료에 대해서는 굳이 거론할 것이 없지만 국물에 대해서는 시간을 강조하고 싶다"고 썼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尹 "부처님 마음 새기며 국정 최선 다할 것"…조국과 악수(종합2보) 尹 "늘 부처님 마음 새기며 올바른 국정 펼치기 위해 최선 다할 것"(종합) 범죄도시4, 누적 관객 1000만명 돌파

    #국내이슈

  • 여배우 '이것' 안 씌우고 촬영 적발…징역형 선고받은 감독 망명 뉴진스, 日서 아직 데뷔 전인데… 도쿄돔 팬미팅 매진 300만원에 빌릴 거면 7만원 주고 산다…MZ신부들 "비싼 웨딩드레스 그만"

    #해외이슈

  • 햄버거에 비닐장갑…프랜차이즈 업체, 증거 회수한 뒤 ‘모르쇠’ '비계 삼겹살' 논란 커지자…제주도 "흑돼지 명성 되찾겠다" 추경호-박찬대 회동…'화기애애' 분위기 속 '긴장감'도

    #포토PICK

  • "역대 가장 강한 S클래스"…AMG S63E 퍼포먼스 국내 출시 크기부터 색상까지 선택폭 넓힌 신형 디펜더 3년만에 새단장…GV70 부분변경 출시

    #CAR라이프

  •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 "결혼 생활 파탄이 났다" [뉴스속 용어]머스크, 엑스 검열에 대해 '체리 피킹' [뉴스속 용어]교황, '2025년 희년' 공식 선포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