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통령 방한 내내 충돌한 친미·반미 집회
광화문광장 도로 진입 시도에 文정부 첫 차벽 등장
차량 이동경로에 물병·야광봉 던져 우회경로 이용하기도
친미·반미단체, 국회 근처에서도 욕설·몸싸움 벌어져
"국빈인데 심하다" "트럼프 긴장하게 해야" 시민 반응 엇갈려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정준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訪韓) 이틀째인 8일 ‘트럼프 반대’와 ‘환영’으로 나뉜 진보ㆍ보수 단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연설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에서 충돌했다. 이날 오전 10시 10분께 서울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쪽에서 양측은 서로 욕설을 퍼붓고, 멱살을 잡는 등 몸싸움을 벌였다. 이들 단체들은 지난 7일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가며 집회를 열고 있는 상태로 우리 사회의 이념적인 갈등이 도를 지나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친미ㆍ반미 단체가 따라붙었다. 전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평택시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에 도착하기 전부터 ‘사드반대ㆍ탄저균 추방 평택시민행동’ 회원 10여명은 ‘트럼프 물러가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이 청와대로 가는 길목인 서울 광화문 일대에선 혼란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공동행동 회원 700여명(주최 측 추산)은 오후 1시께 광화문광장 남단에서 ‘NO트럼프’, ‘전쟁반대’ 등의 문구를 적어 넣은 깃발을 흔들며 “트럼프는 한국을 떠나라”고 소리쳤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며 광장 중앙으로 진출하려 시도하거나 도로로 나가려는 시위대도 보였다. 이에 경찰은 20여대의 경찰 버스를 이용, 차벽을 설치해 시위대를 가뒀다. 경찰이 시위대를 저지할 목적으로 차벽을 설치한 건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이다.
이들은 오후 4시께부터 청와대에서 100m가량 떨어진 126맨션 앞 도로에 앉아 “전쟁책동 무기장사꾼 트럼프는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정상회담 중인 두 정상을 향해 야유의 함성도 질렀다.
밤이 되자 시위는 더욱 격렬해졌다. 주최 측 추산 5000명까지 불어난 반미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 행렬이 지날 예정이던 세종문화회관 앞 도로에 물병과 야광봉 등을 투척했다. 경찰은 방패와 그물망을 동원해 시위대를 제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은 기존 경로가 아닌 반대편 주한 미국대사관 앞 도로를 이용해 광화문광장을 지나갔다.
친미 집회도 인상을 찌푸리게 하긴 마찬가지였다. 대한애국당,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보수단체들은 동화면세점 인근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모여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했다.
시민 반응은 엇갈렸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정모(70)씨는 “트럼프 대통령 차량에 쓰레기를 던진 시위대가 있다고 들었다”며 “국빈으로 방문한 외국 대통령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마포구에 사는 최모(28)씨는 “일본처럼 조용히 맞이하면 우리를 우습게 볼 수도 있다”며 “반대 집회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긴장감을 갖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방일(訪日) 기간 일본에서도 반미집회가 열리긴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 동선을 따라 진행된 집회는 없었다.
이선우 한국갈등학회 회장은 “국회 등 정치권에서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이념적인 갈등수위가 도를 지나칠 정도로 높아졌다”면서 “지나친 갈등이 국빈에게 예의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어 “다만 찬반 집회가 우리나라의 상황을 제대로 보여주는 면이 있다”면서 “균형적인 정보가 제공된다면 미국도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정준영 기자 labrie@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월급만으론 못 버텨요"…직장인 55만명, 퇴근하고...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