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언플레이어블(unplayable)'.
공이 나무 위, 또는 러프나 벙커에 박히는 등 도저히 샷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다. 플레이어는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한 뒤 1벌타 후 드롭할 수 있다. 해저드 구역을 제외하고 어디서나 가능하다. 옵션은 3가지다. 보통은 2클럽 이내 홀에 가깝지 않은 곳이다. 여전히 라이가 안좋다면 이전 샷을 한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 경우는 그러나 손해가 막심하다. 아웃오브바운즈(OB)와 똑같다.
드라이빙레인지 한쪽에 주차된 골프용품사 투어밴 사이까지 이동한 이유다. 여기서 한 번 더 구제를 받았다. 샷을 방해하는 '움직일 수 없는 장애물(Temporary Immovable Obstructions)'은 벌타 없이 드롭이 가능하다. 투어밴 근처 평평한 곳에서 세번째 샷을 할 수 있게 됐고, 260야드 거리를 감안해 일단 공을 그린 근처에 보낸 뒤 네번째 샷을 홀에 붙여 기어코 '4온 1퍼트' 보기로 틀어막았다. 무려 30분을 소모했다.
스피스의 집념이 다음 홀인 14번홀(파3) 버디로 이어졌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15번홀(파5) '2온 1퍼트' 이글과 16~17번홀의 연속버디 등 4개 홀에서 순식간에 5타를 줄여 2타 차 선두로 달아나면서 마침내 '클라레 저그'를 품에 안았다. 골프규칙을 최대한 활용하는 영리함이 '옛날 골프황제' 잭 니클라우스(미국) 이후 가장 어린 나이(24세)에 메이저 3승을 수확하는 동력으로 작용한 셈이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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