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직원들 하고 싶은 대로 해" 외모에까지 미친 롯데의 파격

백화점, 스타일 자유화…365일 캐주얼 데이
자산개발 "계급장 떼고 회의합시다"

롯데자산개발 직원들 모습. 이 회사는 이달부터 매주 금요일 '캐주얼 데이' '계급장 뗀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운영한다.(사진=롯데자산개발 제공)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롯데그룹의 조직 문화 혁신이 직원들 외모도 바꿨다. 직원들은 후텁지근한 날씨 속 가벼운 복장으로 출근하거나 마음껏 수염을 기르며 달라진 회사 분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25일 롯데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중순께 직원들의 '스타일 자유'를 허용했다. 매장 관리, 업체 미팅 등 외부 일정이 많은 데다 특유의 보수적인 조직 문화를 공유하는 백화점 직원들은 보통 정장 차림이다. 찌는 듯한 여름이라도 편하게 입어봐야 캐주얼 정장 정도다. 과한 화장이나 액세서리, 수염 등은 지양한다.

그러나 롯데백화점은 직원들에게 '외모는 언제나 마음대로 해도 되니 좋은 아이디어만 많이 제시해라'고 강조했다. 처음에 쭈뼛쭈뼛하던 직원들은 시간이 흐르며 스타일 자율화에 완연히 녹아들었다.

남성 직원들은 열을 돋우는 정장 대신 시원한 PK ㆍ노칼라 셔츠, 청ㆍ면바지 등을 택했다. 편한 복장에 스니커즈를 신고 수염까지 멋들어지게 기른 '패션남'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여성 직원들도 캐주얼 셔츠를 입는다. 바지와 신발 선택은 자유다.

롯데백화점은 이런 변화가 젊은 직원들의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업무 대응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류민열 롯데백화점 경영지원부문장은 "복장 규정 변경을 통해 직원 근무 만족도 제고, 업무 효율 향상, 조직 문화 개선이라는 일석 삼조를 이루려 한다"고 전했다.

같은 맥락에서 롯데백화점은 수시로 20~30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은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언제든 받아들여 실무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롯데자산개발은 직원들 업무 효율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매주 금요일을 '캐주얼 데이'로 정했다. 직원들은 이달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캐주얼 복장으로 출근한다. 그동안은 비즈니스 캐주얼까지 허용됐다.

이에 더해 롯데자산개발은 캐주얼 데이를 실시하는 금요일 오후 파트별로 '계급장 뗀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진행한다. 자유롭고 편한 복장으로 직급에 관계없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 롯데건설, 세븐일레븐 등도 캐주얼 데이를 운영한다.

2014년 당시 대학생들이 생각한 국내 주요 대기업 이미지. 왼쪽부터 삼성, 현대차, LG, 포스코, SK, 롯데의 이미지 캐릭터.(사진=잡코리아 제공)

기존에 롯데 조직 문화는 여타 보수적인 국내 대기업과 다를 바가 없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14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국내 주요 6대 그룹 이미지' 조사를 실시한 결과 롯데 직원은 25~29세 여성 이미지로 설정됐다. 171~175㎝ 키에 마른 체형, 세련된 정장 차림의 도시 여성이 외부에서 느끼는 '롯데인'이었다. 그룹 전반의 경우 대중적·보수적인 색채가 강해 보인다고 대학생들은 평가했다.

그러다 롯데가 2015년 이후 형제 간 경영권 분쟁 등 내우외환을 겪으면서 변화의 물결이 일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조직 문화 혁신을 통해 직원들 동요를 막고 차질 없이 현안을 돌파해 나가려 한다. 지금도 각 계열사별로 직원들 개성을 살리고 조직 내 활기를 돌게 할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