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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집 건너 한집' 화장품 브랜드숍의 비명…사드·연중세일에 '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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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숍 8곳, 2015년 신규개장 점포 수 전년比 22% 줄어
365일 중 절반 세일경쟁에 작년 평균 매출액 1년새 18% 하락
돌아온 멀티숍 유통망 확대…신규 브랜드 상품도 잇따라 히트

'한집 건너 한집' 화장품 브랜드숍의 비명…사드·연중세일에 '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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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 포화상태였던 화장품 브랜드숍들이 퇴보하고 있다. '한 집 건너면 화장품 가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쟁이 심화하면서 점포 오픈 속도가 갈수록 느려지는 상황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다수의 화장품 브랜드가 쏟아져나온 데다 비교적 낮은 진입장벽에 신규 시장 진입자들까지 뛰어들면서 출혈 경쟁이 시작됐다. 여기에 올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로 불거진 중국발 리스크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화장품 브랜드숍 시장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24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주요 화장품 브랜드숍 8개(이니스프리ㆍ더페이스샵ㆍ미샤ㆍ네이처리퍼블릭ㆍ토니모리ㆍ에뛰드ㆍ아리따움ㆍ잇츠스킨)의 신규 매장 수는 374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21.8% 감소한 수준이다.
브랜드별로 살펴보면 이니스프리ㆍ더페이스샵ㆍ네이처리퍼블릭ㆍ토니모리의 신규 매장 수는 전년 대비 42% 줄었다. 반면 미샤ㆍ에뛰드하우스ㆍ아리따움ㆍ잇츠스킨은 같은 기간 19% 증가했다.

전체적인 매장 수 증가세도 둔화했다. 같은 기간 8개 주요 브랜드숍의 전년 대비 매장 수 증가율은 4.1%로 이는 전년(10.1%) 대비 6%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에뛰드하우스와 에이블씨엔씨 미샤의 직영점은 전년보다 100개 이상씩 문을 닫았다. 이 기간 에뛰드하우스는 비효율 매장을, 미샤는 지하철 매장을 중심으로 '고비용 저효율' 점포를 정리했다.

화장품 브랜드숍들의 성장세가 꺾인 배경에는 출혈 경쟁이 자리한다. 이 시장은 자고 일어나면 브랜드와 신제품이 쏟아지는 등 업체 간 경쟁이 극에 달한 모습이다. 업체들은 모객을 위해 365일 중 절반 이상 세일을 진행한다. 하지만 세일 기간이 길어질수록 점포의 수익성은 악화했다. '제 살 깎아 먹기'식의 경쟁이 화를 부른 셈이다.
실제 화장품 가맹점들의 지난해 평균매출액은 3억5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7.5% 하락했다.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토니모리를 제외한 7개 주요 브랜드숍도 아리따움과 에뛰드 외에는 모두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평균 매출액이 가장 많이 감소한 브랜드는 이니스프리로 전년 대비 감소 폭이 절반에 이르는 44%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6억7300만원이던 이니스프리의 평균 매출액은 2016년 3억79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잇츠스킨과 네이처리퍼블릭의 감소 폭도 각각 20%, 16%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화장품 브랜드숍들이 간판공사를 진행중이다. (사진=조호윤 기자)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화장품 브랜드숍들이 간판공사를 진행중이다. (사진=조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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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판매채널이 기존 브랜드숍에서 헬스앤드뷰티(H&B)스토어로 이동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 가지 브랜드의 제품만 팔던 '원 브랜드숍 시대'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취급하는 '멀티브랜드숍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라고 업계는 내다봤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잇츠스킨 등 일부 브랜드숍은 홈쇼핑, H&B스토어로 유통망을 확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멀티브랜드숍 시대가 다시 도래한 이유로 화장품 브랜드의 노후화를 꼽았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브랜드숍과 중견ㆍ중저가 브랜드들의 매출액 성장률이 최근 2~3년 동안 눈에 띄게 둔화한 것은 브랜드 노후화에 따른 경쟁력 약화가 원인"이라고 해석하며 "반면 온라인, 홈쇼핑 등을 통해 브랜드를 알린 중저가 비브랜드숍 화장품업체들은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라고 설명했다.

제품력으로 경쟁하는 업체들이 조명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자리한다. 과거에는 유명 광고모델, 대기업 제품 등을 구매 기준으로 삼던 소비자들은 최근 제품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신생 브랜드의 제품이어도 품질만 좋다면 적극 시도하는 소비 트렌드 덕분에 브랜드별 '히트 제품'이 등장하는 계기도 됐다.

박 연구원은 "한국 화장품시장은 성숙기에 진입한 지 오래"라면서 "차별화된 브랜드 정체성과 트렌드를 선도하는 제품을 발굴하는 능력이 어떤 채널에서 제품을 파는지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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