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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녀, 소니엔젤 100개나 산 까닭…성질난 대한민국, '시발비용'의 소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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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못할 땐 중저가 화장품 사는 그녀…스트레스 해소 '탕진잼'도

회사원 장모씨는 시발비용으로 피규어를 구매한다고 밝혔다. 사진=장씨 본인 제공

회사원 장모씨는 시발비용으로 피규어를 구매한다고 밝혔다. 사진=장씨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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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케이블방송사에서 근무하는 장모 씨(26)는 일이 잘 안 풀리는 날이면 회사 근처 피규어숍에 들른다. 그곳에서 장씨는 아기 모양 인형 '소니엔젤'을 산다. 이렇게 충동적으로 구매한 소니엔젤이 무려 100개가 넘는다. 장씨는 "이젠 더 이상 놔둘 곳도 없다"며 "이 모든 게 시발비용"이라고 했다.

'시발비용'이란 비속어 'X발'과 '비용'을 합친 신조어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을 의미한다. 최근 SNS 상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시발비용은 지난해 말 한 네티즌이 자신의 SNS에 처음 사용했다. 이 네티즌은 시발비용의 예로 '홧김에 치킨 시키기', '짜증나서 택시타기' 등을 들었다.
시발비용. 사진=SNS 캡쳐

시발비용. 사진=SNS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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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네티즌들이 예로 든 시발비용은 음식비, 술값, 화장품, 네일아트, 게임 등 다양했다. 외국계 디자인 회사에서 2년 간 근무한 뒤 최근 퇴사한 이모 씨의 시발비용은 주로 중저가 화장품 가게에서 지불된다. 이씨는 "잦은 야근 때문에 남자친구와 데이트 한 번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며 "그 보상심리로 자꾸 화장품을 산 것 같다"고 말했다.

오랜 취업 준비 끝에 지난해 부산에 위치한 한 연구소에 들어간 김모 씨(29)는 마사지숍을 찾아 시발비용을 쓴다. 김씨는 "회사에서 가장 막내이기 때문에 말 한 마디도 조심스럽다"며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어선지 매일 몸이 굳어 있다"고 했다. 입사 초반 1회 3만원 코스를 받은 김씨는 최근 1회 8만원으로 코스를 업그레이드했다. 김씨는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비싼 코스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6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10명 중 8명은 '홧김에 스트레스로 돈을 낭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스트레스를 받아 안사도 되는 제품을 굳이 구매했던 것'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또 지난 3월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2014년부터 올해 3월까지 블로그 4억6860건, 트위터 82억6210만건을 분석해 시발비용 언급량을 확인한 결과 가장 많은 것은 '택시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음식이 꼽혔는데 피자, 치킨, 족발 등 배달음식이 가장 많았다.
시발비용은 이른바 '탕진잼'으로 이어진다. 이는 소소한 생활용품, 맛집 탐방, 여행 등 일상생활에 돈을 낭비하듯 쓰며 소비의 재미를 추구하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다. 전문가들은 이런 유행어가 인기를 끄는 이유로 ▲지속된 경기불황에 따른 소소한 소비 문화 확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 ▲1인 문화 증가에 따른 개인적 소비 확대 등을 꼽았다.





아시아경제 티잼 송윤정 기자 singas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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