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 실패에 사드 이슈까지…하면 할수록 밑 지는 장사
터지면 대박…하지만 안착까지는 고난의 길
3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과 파트너사 채용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이 이용섭 정부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람회장을 둘러보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3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과 파트너사 채용박람회를 둘러본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마트는 중국에서 나온다. 완전히 철수한다"고 밝혔다.
최종 결정권자인 정 부회장이 아예 점포를 다 빼버리겠다고 공언한 만큼 매장들은 가급적 빨리 정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장기 임차 건물은 조기 철수 시 보상금을 내야 하지만 하루라도 일찍 닫아 다른 사업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점포 1개를 폐점하는 데는 100억원가량이 들 전망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상하이 라오시먼점처럼 임대 계약 종료와 맞물려 자연스레 나오면 상대적으로 폐점 비용이 저렴하다"면서 "다른 점포들의 경우 남은 임대 기간에 따라 지불해야 할 보상 금액이 각기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가 중국 사업을 최소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 악화다. 2011년 중국 이마트는 한 해에만 1000억원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4년 간 누적 적자액만 1500억원에 달한다. 중국 입지 선정·현지화 실패, 높은 임차료 등 악재가 쌓인 탓이다. 특히 중국 이마트는 현지 중간 도매상 등과 면밀한 관계를 맺지 못해 물건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성 조치까지 이어지면서 이마트는 이번 결단을 내리게 됐다.
중국 내 대부분 롯데마트 점포는 사드 보복 여파에 영업을 중단했다. 영업 재개에 앞서 롯데마트는 중국 내 매장 99곳 중 장기간 대규모 적자 상태인 20~30개를 매각하기 위해 다수의 현지 기업과 접촉하고 있다. 주요 협상 대상으로는 중국 상무부가 출자한 국영기업 '화롄그룹'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화롄그룹은 90여개 백화점과 2400여개 대형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중국 내 최대 유통그룹이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내 롯데마트에는 '규제 폭격'이 몰아닥쳤다. 중국 당국의 소방 점검 결과 등을 이유로 전체 운영 점포의 90%에 달하는 74개 매장 영업이 중단됐다. 13개는 자율 휴업 중이다. 나머지 12개는 손님이 거의 안 들어 개점 휴업 상태다.
매각이 추진되는 매장은 상하이 등 일부 지역에서 장기·만성 실적 부진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C등급' 점포인 것으로 전해졌다. 2008년 6월 중국 베이징에 1호점을 연 이래 롯데마트의 중국 사업은 매년 적자를 기록해왔다. 2013년 830억원 수준이던 손실 규모는 2014년 1410억원, 2015년 1480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도 1240억원에 달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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