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공영방송 RAI가 진행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개헌 반대표가 54~58%로 찬성표(42~46%)를 압도, 부결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내무부의 실시간 투표결과 페이지에서는 60%대 40%로 반대표가 우세하다.
하지만 렌치 총리의 개혁안은 상원ㆍ하원을 모두 통과했음에도 국민투표에 막혀 좌절됐다.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그는 이번 부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 렌치 총리는 부결 사실이 확실시되자 방송에 출연해 "이번 결과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총리직 사임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했으며, 후회는 없다"며 "내 정부는 여기에서 끝"이라며 패배를 받아들였다.
이번 결과는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포퓰리즘 기조에 영향을 받았다. 포퓰리즘을 내세운 이탈리아 제1야당 '오성운동'은 이번 개헌이 힘의 집중을 불러올 수 있다며 반대 운동에 집중해 왔다. 렌치 총리가 물러난 후 조기 총선이 실시되면, 오성운동이 집권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탈리아가 젊은이들의 정치권에 대한 환멸로 인해 포퓰리즘에 물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CBC 뉴스 역시 "기득권에 대한 반감과 포퓰리즘적 분위기가 이번 결과에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렌치 총리가 2014년 집권한 이후 경제성장률 정체와 이민자에 대한 반감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현상에 이어 유럽이 이탈리아 국민투표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이번 투표가 이탈리아의 독재정치를 철폐하고 공화당을 세운 1946년 투표와 맞먹는 역사적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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