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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월드컵 앞둔 카타르 고속道에 '한국형 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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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특히 국내를 떠나 글로벌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며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해오던 기업들은 저유가와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발주물량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올 한해 해외수주 달성액이 전년 절반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중국과 유럽계 기업들의 '저가 공세'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불리한 환경에 맞선 기업들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특유의 끈기와 풍부한 기술력으로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지금도 바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1966년 중동 첫 수주 이후 50년을 맞아 해외건설 현장의 활동상을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건설한류 반세기, 오늘과 내일'<1>현대건설
왕궁·신도시 잇는 루사일고속도로 내년 개통
터널 밝기 조절 등 최첨단기술 현지 첫 적용
펄IC 인근 우선 개통…4개 프록젝트 순항 중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카타르의 루사일 고속도로는 지난 2012년 굴지의 경쟁사들을 제치고 따냈다. 신도시 루사일에서 도하의 알 와다(Al Wahda) 인터체인지까지 약 6㎞에 이르는 도로를 내는 사업인데, 1조원의 공사비가 들어갈 정도로 규모가 크다. 현대건설의 오랜 토목사업 노하우가 이식되는 현장으로 손색이 없는 셈이다. 지난 14일 각종 건설기계가 가동면서 기술자들이 누비고 있는 현장의 모습.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카타르의 루사일 고속도로는 지난 2012년 굴지의 경쟁사들을 제치고 따냈다. 신도시 루사일에서 도하의 알 와다(Al Wahda) 인터체인지까지 약 6㎞에 이르는 도로를 내는 사업인데, 1조원의 공사비가 들어갈 정도로 규모가 크다. 현대건설의 오랜 토목사업 노하우가 이식되는 현장으로 손색이 없는 셈이다. 지난 14일 각종 건설기계가 가동면서 기술자들이 누비고 있는 현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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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카타르) =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지난 14일 새벽 도착한 카타르 도하 하마드국제공항은 짙은 안개로 둘러싸여 있었다. 큰 일교차 때문이다. 현지 경찰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곳곳에서 교통을 통제했다. 2022년 월드컵에 대비한 사회간접자본(SOC)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되다보니 교통사고의 위험이 큰 탓이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건설공사가 진행돼 작은 사고라도 나면 엄청난 교통체증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공항에서 도하 시내를 관통해 북쪽으로 이동하는 동안 곳곳에서 현대건설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카타르 왕궁인 에미리 디완 궁 인근에서 왕족 등 부호들이 대거 거주하는 인공섬 '펄 카타르'와 루사일 신도시를 잇는 현대건설의 루사일고속도로(5.8㎞) 공사 현장엔 필리핀, 인도, 네팔 등에서 온 3000여명의 근로자와 중장비들이 내년 개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날 작업은 평소보다 2시간 늦은 오전 8시께 시작됐다. 역시 안개 때문이다. 이동근 현대건설 루사일고속도로프로젝트 공사부장은 "낮 기온이 30도까지 밖에 오르지 않는 요즘이 공사하기 좋은 계절인데, 이날 아침엔 안개가 짙어 근로자들을 태운 버스의 운행이 통제돼 일과가 지연됐다"면서 "해외현장에선 늘 돌발변수가 발생하지만, 그걸 이겨내고 공사를 완수하는 게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2012년 카타르 공공사업청이 발주한 이 공사는 현재 약 70%의 공정에 도달해 있다. 중동의 고속도로는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다. 최대 18차로인 이 고속도로 일부 구간 밑에는 전철이 지난다. 또 세 개의 인터체인지(와다, 오나이자, 펄 IC)는 중동의 교통 문화를 반영, 입체적으로 지어진다. 여기에 공원, 변전소 등이 함께 들어서는 일종의 기술집약형 복합건설 프로젝트다. 공사금액만 11억달러에 달한다.
루사일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높이 100m의 대형 아치를 짓고 있는 1200t 규모의 크레인이었다. 육상에선 보기 드문 대형 크레인까지 동원해 루사일고속도로의 시작지점인 와다 IC에 짓는 건 '아트 스케이프'(Art Scape)다. 이 조형물은 내년 말 공사가 완료되면 카타르 공항과 주요 업무지구에서 월드컵 주경기장을 향할 때 처음 마주하는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루사일고속도로는 카타르에서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카타르 최초로 전 구간에 걸쳐 지능형교통관리시스템(ITS)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창 진행 중인 이 시스템을 현대건설이 카타르에 선보이는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이를 뒷차에서 자동으로 알 수 있게 신호를 보내고, 터널의 밝기는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하는 등 최첨단 기술들이 집약돼 현지에서도 관심이 높다.

현대건설은 이달 펄 IC 인근 1㎞ 구간을 우선 개통했다. 거리는 짧지만 이로 인해 10만여명의 '펄 카타르' 주민 등이 20여분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김기창 현대건설 루사일고속도로프로젝트 현장소장(상무)은 "일부 구간이지만 전체 교통 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큰 곳"이라며 "공기를 최대한 앞당겨 공사가 완료되는 구간을 순차적으로 개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타르 인구 대부분과 기반시설 등이 도하에 집중된 데다 중동의 특수성 때문에 짧은 구감임에도 공사 수행에는 어려움이 따랐다.특히 땅속 곳곳에 묻혀 있는 상하수도, 전기 등의 지장물들은 공사의 최대 걸림돌이었다. 실제 현대건설이 제거해 옮긴 지장물의 길이는 350㎞에 이른다. 현대건설은 카타르 최초로 송전용 마이크로터널을 2631m를 설치, 흩어진 지장물들을 한 곳으로 모았다.

중동 특유의 석회암 지반도 공사 초반 현대건설의 큰 과제였다. 이 공사부장은 "주요 IC와 주변을 연결하기 위해선 지하 30m까지 땅을 파야했는데, 석회암 토질이라 물이 쉽게 스며들었다"면서 "전 구간에 펌프를 동원해 초당 1만 리터의 물을 퍼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왕족들이 매일 지나고 주요 대사관들이 공사구간 옆에 위치해 늘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장애물들로 수십 차례의 설계가 변경되는 어려움도 겪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입장에선 설계업체와 발주처 등과 협의를 지속해야 하는 어려움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당초 계획보다 공사도 일부 축소됐다. 특히 랜드마크인 '아트 스케이프'에 설치하려던 3000t 규모의 관람센터(Visit Center)와 해변에서 이를 연결하는 케이블카는 없던 일이 됐다.

현지에선 루사일고속도로 준공 이후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현대건설 등 국내 건설사들의 시공 실력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택시운전을 하는 다우드 우랄 씨는 "루사일고속도로 공사를 위해 설치한 임시도로를 실제 고속도로로 착각했을 정도"라면서 "공사 때문에 교통 체증이 발생하지만, 개통 이후엔 더 좋아질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건설은 카타르에서 루사일고속도로를 포함해 총 4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특히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카타르 국립박물관은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의 중동 사막 모래장미 모양을 형상화한 외관으로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1979년도 쉐라톤 워커힐 호텔 공사를 수주하며 카타르에 진출한 현대건설은 지금까지 왕궁, 병원 등 18건의 공사를 수행했다. 금액으로는 85억2885만달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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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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