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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연말이 사라졌다] 연말 인사 깜깜이…연기·소폭 그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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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서초사옥 전경. (출처 : 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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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최순실 게이트에 이은 탄핵정국을 앞두고 재계의 통상적인 연말이 실종됐다. 이른바 인사ㆍ성과급ㆍ회식 3무(無) 풍경이다. 애초 내년도 사업계획의 방향과 밑그림이 나와야 조직개편과 승진등의 인사가 이어지는데 사업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하다보니 후속조치가 답보상태에 빠진 것이다.

당장 '최순실게이트'에 엮인 기업들은 '오너리스크'라는 불안감도 엄습한 상황이다. 재계의 대표적인 연말행사인 부서 송년회식과 승진회식, 환송회식 등의 모임이 모두 실종됐다. 대신 그 자리는 그룹 주요 현안을 대비한 각종 회의가 하루에도 몇 차례 열리고 있다. 기업 임직원 사이에서는 주중에는 그룹과 오너를 살리기 위한 회의에, 주말에는 대통령을 물러나라는 집회에 참석한다는 자조섞인 말까지 나온다. 한 대기업 임원은 "인사라는 게 장기돌처럼 하나가 움직여야 줄줄이 움직일 수 있는데 윗분들이 최순실직격탄을 맞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괜히 뒤숭숭해 매일 윗사람들 눈치만 살피며 살얼음 판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경우 몇 주 전만 해도 외부 상황과 달리 인사만큼은 예정대로 한다는 방침이었다.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계열사 사장들이 소환되는 와중에도 그룹 인사팀은 연말 인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음달 6일 국정조사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이 확정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사장단 인사 등 전체 안을 검토하고 최종 승인하는 것이 이 부회장인데, 국정조사 증인 출석 준비에 매진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인사가 어느 정도 연기될 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삼성은 2008년 '비자금 사건'으로 특검을 받을 당시, 1월 정기 인사를 특검이 끝난 이후인 5월 중순으로 넉 달 가량 늦춘 적이 있다. 2008년 삼성 특검 당시처럼 오래 미뤄질 지, 아니면 이 부회장의 증인 출석 이후로 소폭 연기될 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만약 삼성 정기 인사가 특검 이후로 늦어진다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은 2008년 특검 이후 전략기획실 폐지 등 대대적인 조직 쇄신안을 발표했었다.
자연스럽게 야심차게 추진해오던 삼성의 '컬처혁신' 역시 오리무중인 상태다. 스타트업과 같은 기업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준비해오던 '컬처혁신'은 ▲수평적 조직문화 만들기(직급 파괴, 호칭통일 등) ▲불필요한 회의와 보고 줄이기 ▲야근과 특근 줄이기 등이 골자다. 그러나 대내외적으로 이런 부분을 강조할 만한 상황이 안 되는 만큼, 이 부회장의 첫 작품인 컬처혁신의 세부안 마련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임원승진, 직급 승진 등을 앞두고 있는 삼성 직원들은 마음이 붕 떠 있는 상황이다. 한 삼성 계열사 직원은 "지금쯤이면 내년에 내가 어떤 자리에 있을지 등이 대강은 정리가 되는데 올해는 내일 무슨 일이 터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 등으로 사업을 다잡아야 하는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아쉬워하는 직원들도 많다. 전자업계의 시계는 빠르게 움직이는데, 대외 이슈와 얽히면서 사태 수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뺏길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빨리 원인을 찾고 시장에 해명해 새로운 제품을 내놓아야 하는데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전했다.

삼성그룹에 이어 이번 사태와 연관있는 다른 기업들도 분위기는 유사하다. 인사를 예정대로 진행하더라도, 연말 인사 폭이 크지는 않을 전망이며 대신 수시 인사로 갈음하겠다는 설명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정조사는 하루만 진행된다고 하지만 준비하려면 조사 전에 며칠이 더 걸려 해야할 업무들을 못하게 된다"며 "인사는 물론이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정하는 것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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