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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돈으로 문화·예술인들 농락…치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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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 폭로 쏟아진 서울문화재단 주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논란 관련 토론회

서울문화재단 주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토론회. 사진=연합뉴스

서울문화재단 주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토론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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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공연작품을 만들고 있는데, 무조건 특정 작가를 배제하라고 전화가 왔다. 치욕스러웠다."

9일 오후 서울시 산하 서울문화재단이 서울시청사에서 주최한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토론회에서는 온갖 검열 속에 참고 참았던 문화 예술인들의 폭로가 쏟아져 나왔다.
우선 지난해 국립국악원 예술검열 논란의 대상이 된 무용ㆍ연극 콜라보레이션 공연 '소월산천'의 신현식 앙상블 시나위 대표가 나서 자신이 당한 검열을 증언했다.

신 대표는 "공연 2주 전에 전화가 와서 '자연음향을 써야 하니 연극적인 요소가 들어가면 음악이 들리지 않는다'면서 박근형 연출가를 배제해달라고 했다"며 "왜 그러냐고 따졌더니 결국 공연이 취소됐고 국립국악원 내의 공연으로 대체됐다. 마지막에 돌아온 것은 치욕스럽게도 '소정의 사례비' 뿐이었다. 살아가는 의미에 대해 회의를 느꼈다"고 호소했다.

영화 '부산행'로 천만 흥행 대열에 오른 연상호 감독도 생생한 사례를 증언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자였던 연 감독은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국가에서 투자를 못 받으면 굉장히 힘든데, 감독으로 지명도가 있는데도 못 받는게 블랙리스트 때문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돌았다"며 "나 뿐만이 아니라 스태프들까지 손가락만 빨고 있게 될 처지였다. 내가 몇 마디 해서 전체 스태프들이 먹고 살지 못하게 됐으니, '내가 이러려고 애니메이션 감독 했나' 했다"고 말했다.
연 감독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해촉 등 부산국제영화제의 파행과 관련해서도 "부산영화제에서 보복적인 행동이 눈에 보이고 있다"며 "백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영화제가 망가지는 꼴을 봐야 한다는 것이 정말 마음에 아프다"라고 말했다.

연극평론가 김미도씨도 "작년에는 문광부가 하는 심의에 참석했었는데, 시국선언에 참여한 후에는 못 하고 있다"며 "아예 심의위원 자체를 검열하는 방식으로 검열이 좀 더 교활해지고 있다. 소극장 지원 사업을 아예 없애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또 원로배우 오현경씨가 기념 공연을 준비하면서 겪었던 일을 소개했다. 김씨는 "오현경 배우는 자신의 연기 인생을 빛낸 작품으로 이성열 연출의 '봄날'을 하고 싶어했는데, 공연장 대관조차 힘들었다"며 "연출을 바꾸라는 요구까지 나오면서 결국 다른 작품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검열의 흔적들이 있다"고 호소했다.

한창훈 소설가도 "2010년 문화예술위에서 작가회의에서 만드는 기관지와 관련해 공문이 왔다. 3000만원 가량 나오는 지원금으로 1년 내내 기관지를 만드는데 당시 공문으로 각서를 요구하더라"라며 "광우병 관련 단체임을 인정해라. 그리고 앞으로 집회에 참석하면 지원금 뺏고, 책임을 묻는 걸 감수하겠다는 쓰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어 "돈으로 농락하는 것처럼 유치한 게 없다. 그게 자기 돈이냐. 장관들이 적금 들어서 만든 돈 아니다. 왜 자기 돈인 것처럼 맘대로 써먹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편 박원순 시장도 이날 토론회에서 시정과 관련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증언해 관심을 끌었다. 박 시장은 서울시가 추진 중인 시네마테크, 서울연극제 등을 정부가 승인해주지 않거나 장소를 빌려주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블랙리스트와) 뭔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또 경복궁 옆 송현동 부지에 대한항공ㆍ문체부가 한류문화체험센터(K-익스피어리언스)를 조성하겠다고 나선 것과 관련해 "너무 귀한 땅인데 호텔을 짓는 건 안된다고 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문체부나 심지어 대한항공 회장이 찾아와 K-익스피어리언스를 만들겠다고 했다"며 "너무 엉성한 계획이어서 누가 한 것인가 했는데 나중에 보니 차은택이 연관돼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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