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확실히 뭣이 중헌지를 몰랐다. 모르는 척했을 수도 있겠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사사로운 인연을 끊겠다"는 따위의 말이 아니지 않나.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주었던 인연으로부터 대통령이 된 후에도 도움을 받고 살았는데, 갖가지 이권을 챙기고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던 사실을 몰랐던 것처럼 얘기했다. 국민들은 이번 사안의 주범이 대통령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고 있다. 여전히 길은 멀고 험해 보인다.
"나는 평소 '70%의 자리'의 자리를 강조합니다. 어떤 사람의 능력이 100이라면 70 정도의 능력을 요구하는 자리에 앉아야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30 정도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30 정도의 여백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여백이야말로 창조적 공간이 되고 예술적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친척 어르신은 "우리 OO이 부장만 되면 나는 이제 더 바라는 게 없어"라고 말하곤 했다. 사촌형에게 그 부장 자리가 몇 퍼센트에 해당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자신이 혹은 자식이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을 인생의 성공 목표로 삼아온 세월들이 서글프다.
반대로 70의 능력자가 100의 자리에 앉으면 자기 힘으로 채울 수 없어 "거짓이나 위선으로 채우거나 아첨과 함량 미달의 불량품으로 채우게" 된다고 고(故) 신영복 교수는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금 자리는 70%는커녕 역대 최저라는 지지율만큼에도 못 미칠만큼 동떨어져보인다. '강의'의 한 대목이다. "개인에게 있어서 그 자리가 갖는 의미는 운명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자리가 아닌 곳에 처하는 경우 십중팔구 불행하게 됩니다. 제 한 몸만 불행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불행에 빠뜨리고 나아가서는 일을 그르치게 마련입니다." 대한민국은 '함량 미달'로 인해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졌고, 국민들은 대통령의 자리를 바라보고 있다.
박철응 금융부 차장 her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