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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대통령의 자리

최종수정 2020.02.12 11:38 기사입력 2016.11.0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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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프가 엄포를 놨다. "앞으로 일찍일찍 귀가하지 않으면 '사사로운 인연'을 끊는다!" 무섭다.
 대통령은 확실히 뭣이 중헌지를 몰랐다. 모르는 척했을 수도 있겠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사사로운 인연을 끊겠다"는 따위의 말이 아니지 않나.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주었던 인연으로부터 대통령이 된 후에도 도움을 받고 살았는데, 갖가지 이권을 챙기고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던 사실을 몰랐던 것처럼 얘기했다. 국민들은 이번 사안의 주범이 대통령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고 있다. 여전히 길은 멀고 험해 보인다.

 "나는 평소 '70%의 자리'의 자리를 강조합니다. 어떤 사람의 능력이 100이라면 70 정도의 능력을 요구하는 자리에 앉아야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30 정도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30 정도의 여백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여백이야말로 창조적 공간이 되고 예술적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올해 초 돌아가신 신영복 교수가 저서 '강의'에 남긴 말이다. 신선하다. 우리는 대개 능력을 십분 발휘하거나 좀 더 '오버'해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오르려 하지 않나. 그러니 항상 벅차고 숨가쁜 삶의 연속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정상은 위태롭고 바람이 세차다. 산 중턱 어딘가는 바람이 향긋하고 넉넉한 공터도 있을 법 하지 않은가. 목표를 '70%의 자리'에 놓고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친척 어르신은 "우리 OO이 부장만 되면 나는 이제 더 바라는 게 없어"라고 말하곤 했다. 사촌형에게 그 부장 자리가 몇 퍼센트에 해당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자신이 혹은 자식이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을 인생의 성공 목표로 삼아온 세월들이 서글프다.
 반대로 70의 능력자가 100의 자리에 앉으면 자기 힘으로 채울 수 없어 "거짓이나 위선으로 채우거나 아첨과 함량 미달의 불량품으로 채우게" 된다고 고(故) 신영복 교수는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금 자리는 70%는커녕 역대 최저라는 지지율만큼에도 못 미칠만큼 동떨어져보인다. '강의'의 한 대목이다. "개인에게 있어서 그 자리가 갖는 의미는 운명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자리가 아닌 곳에 처하는 경우 십중팔구 불행하게 됩니다. 제 한 몸만 불행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불행에 빠뜨리고 나아가서는 일을 그르치게 마련입니다." 대한민국은 '함량 미달'로 인해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졌고, 국민들은 대통령의 자리를 바라보고 있다.
 박철응 금융부 차장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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