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주부 허난데스 주나씨 벌초하는 추석 손꼽아 기다려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나를 가족의 한 사람으로 인정하고 남편이 돌아가신 부모님께 정식으로 인사시켜 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어요."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지 5년째인 허난데스 주나(Hernadez Juna·34)씨는 남편의 고향인 경상북도 상주에 내려갈 수 있는 추석을 매년 손꼽아 기다린다. 시부모님 산소 벌초를 하러 시골에 있는 산에 올라 갈 수 있기 때문이다.
3남 8녀 중 여섯째로 대가족 문화에 익숙한 허난데스씨는 가족이 많이 모이는 명절이 더 기다려진다. 허난데스씨는 "신랑 식구들을 자주 못 만나는데 명절 때는 큰형님 집에 모여 다 같이 밥 먹고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허난데스씨는 다문화가족센터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가족과 함께 명절 음식을 만들 때면 한국 사람이 다 됐다 싶지만 여전히 한국 문화는 아리송하다. 그는 "엄청나게 많은 음식이 차려진 차례상에 매번 놀라고 남자만 절을 하는 것도 신기하다"면서 "남자와 여자가 겸상을 하지 않는 것도 잘 이해되지 않기는 하지만 그래도 명절엔 왠지 밥을 같이 먹으면 안 되는 것 같긴 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