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반기 공모주 시장 분석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김민영 기자] "지난해만 하더라도 중국, 바이오, 외국계 타이틀만 있으면 공모주시장에서 흥행은 따논 당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모주시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국내 공모주시장에서 흥행 보증수표였던 중국, 바이오, 외국계 기업이 이제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하고 있다. 중국원양자원사태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를 둘러싼 한ㆍ중 갈등은 중국, 바이오, 외국계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마저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 기업공개(IPO)시장 대어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두산밥캣, 엘에스전선 아시아의 공모를 앞두고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오는 18일 첫 거래를 시작하는 중국 완구 업체 헝셩그룹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국 완구 업체 헝셩그룹은 지난 8~9일 공모 청약일정을 소화한 결과 최종 경쟁률 0.77대 1을 기록했다. 올 들어 공모주 청약이 미달한 사례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제외하고 헝셩그룹이 처음이다. 최종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밴드인 3400~5300원의 하단인 3600원으로 결정됐다. 실제 청약은 400만주 중 307만주에 불과했다.
금융투자 업계는 까사미아와 헝셩그룹의 부진한 결과에 대해 IPO 비수기에 공모절차를 진행한 데다 업황부진과 사드를 둘러싼 한중 갈등 등 대외악재가 겹친 결과라고 진단했다.
헝셩그룹은 중국원양자원의 허위공시 사태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헝셩그룹은 최대주주의 보호예수 기간 연장을 비롯해 다양한 투자자 보호장치를 전면에 내세워 투자자 신뢰 회복에 힘쓰며 상장을 한 달 이상 미뤘지만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8월이 IPO 비수기라는 점도 어느 정도 작용했겠지만 유독 8월에 공모절차를 진행한 기업의 대외환경이 녹록지 않았다"며 "IPO시장 전반이 부진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이 같은 추세가 앞으로 공모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만 해도 공모주시장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금이 몰리면서 흥행에 성공했었다. 에코마케팅은 약 941대 1의 공모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가 희망밴드를 뚫었고, 팍스넷은 947대 1이 넘는 공모경쟁률을 기록했다. 가장 부진했던 두올의 공모경쟁률도 71대 1을 달성하며 무사히 공모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공모주시장 트렌드를 볼 때 상장기업의 업종이나 실적 전망에 따라 공모 흥행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태 유가증권시장본부 상장부장은 "까사미아는 매출 정체와 점유율 감소로 투자자들이 판단하기에 성장성에 대한 의심이 있었다"면서 "하반기 대어로 꼽히는 두산밥캣, 삼성바이로직스, 넷마블 등은 성장성과 브랜드 파워가 높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