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합중국 대통령의 자격’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다. ‘핵 단추’ 혹은,‘핵 가방’이다. 힐러리 후보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가 위기상황에서 트럼프가 핵 단추를 누르게 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 결정은 철저히 군최고사령관인 미국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미국 정부가 정식으로 선전포고를 하려면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핵 가방 사용에는 이런 견제 장치가 없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통령이 적국이나 테러단체가 미국에 대한 핵 공격에 나선다고 판단될 경우에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선제, 보복 핵 공격 명령을 내리는 상황은 불과 수십 분 만에 이뤄질 것으로 본다. 순간의 판단에 미국은 물론, 인류 전체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다.
따지고 보면 주요 핵보유국 간의 이 같은 팽팽한 긴장 관계는 강대국간 전쟁이나 핵전쟁을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온 게 사실이다. 바꿔 말하면 그 긴장과 균형이 고의든, 실수든 어긋나기 시작하면 언제든 핵전쟁의 참화를 다시 겪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최근엔 북한의 핵 개발이나, 중동의 과격 이슬람 테러단체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이 이 같은 균형을 깰 수 있는 돌출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트럼프에 의해 부각된 미국의 핵 가방 논란은 국제사회가 얼마나 위험한 핵 위협 속에 노출돼 있는지를 새삼 돌아보게 만든다. 더구나 좀처럼 해법을 못 찾고 있는 북핵을 머리에 안고 사는 우리로선 그저 미국 대선의 화제로 가볍게 넘길 얘기가 아닌 것 같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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