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가 닮고 싶어 하는 커플이 있다. 제 32대 미 대통령인 프랭클린 D 루스벨트와 안나 엘리너 루스벨트이다. 이는 힐러리의 후보 후락연설에서 엿볼 수 있다. 힐러리는 취임 후 100일 안에 인프라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 계획을 내놓겠다고 했다.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을 연상시킨다. 힐러리는 루스벨트의 유명한 발언도 인용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유일한 것은 두려움 자체이다(The only thing we have to fear is fear itself)."
빌과 힐러리는 루스벨트의 기록에도 도전한다. 힐러리가 오는 11월 선거에서 당선하면 두 사람은 빌의 임기 8년과 힐러리의 임기를 더해 12년간 백악관 생활을 하게 된다. 힐러리가 재선까지 한다면 16년의 백악관 생활을 할 수도 있다. 4선에 성공했지만 마지막 임기 시작 직후 사망한 루스벨트의 기록을 넘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루스벨트 이후 미국은 대통령 3선을 헌법으로 금했기 때문이다. 향후 그 누구도 빌과 힐러리만큼 오랜 기간 백악관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힐러리가 유리천장에 금을 내고 여성 최초로 대선후보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어찌보면 루스벨트의 덕이기도 하다. 힐러리의 강력한 지지기반인 흑인들은 루스벨트 이전에는 공화당을 지지했다. 앞서 흑인들은 노예해방에 앞장선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소속된 공화당을 지지했다. 루즈벨트가 뉴딜정책·사회 보장법으로 노동자·소수인종·유태인·이민자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힐러리도 지금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게 분명하다.
백종민 국제부장 cinq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