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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워치]중국, '뚝배기' 근성으로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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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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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1983년 5월5일. 평화로운 어린이날은 일순간에 전시 상황으로 돌변했다. 라디오에서는 공습 경보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시민들은 무작정 공포에 떨어야 했다.

중공의 민항기가 공중 피랍돼 춘천의 미군 기지에 불시착한 것을 북한의 공습으로 착각한 해프닝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한국과 중국이 오랜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정상화하는 중요한 디딤돌이 됐다.
한중 양국은 그로부터 9년이 지난 1992년 8월24일 공식 수교를 맺고 관계의 새 장을 열었다. 이후 경제·정치·사회·문화 등 다방면에서 교류가 확대되면서 2001년 중국은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2대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수교 10년이 채 안돼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 있었던 이면의 숨은 공로자는 중국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우리 기업인들이다. 이들은 수교 이전부터 중국과 물밑 접촉을 해 왔다. 십수억 인구가 사는 중국이 머지않은 시기에 세계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는 대기업 총수들의 '촉'이 발동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수교와 동시에 삼성, LG, 아모레퍼시픽, 오리온, 효성, 한국타이어 등 몇몇 대기업은 중국시장에 빠르게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서경배 당시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 기획조정실장은 중국 둥베이(東北)에서 가장 큰 도시 선양을 첫 진출지로 고르면서 "지금 들어가도 결코 빠르지 않다"며 서둘러야 한다고 독촉했다.
상하이 시내 백화점 2층 구석에 처음으로 브랜드를 입점했을 때만 해도 관심 밖이었던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국민 화장품'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때로는 속도를 늦추기도 했지만 동력 엔진을 꺼버리는 일은 없었다.

아모레퍼시픽 뿐만이 아니다. 중국에 사는 한국인들은 성공한 우리 기업을 꼽을 때 오리온을 빼놓지 않는다. 초코파이는 중국에서 '국민 간식'으로 통한다. 많은 중국인들은 오리온이 한국 기업이라는 것 자체를 모른다. 굳이 드러내지 않으면서 철저한 현지화에 주력한 결과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중국시장에서 벌어들이고 있으니 우스갯소리로 정체성에 혼란이 올 수도 있겠다.

그러나 브레이크 없던 중국 진출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발길이 뚝 끊겼다. 이 때 '세계의 공장, 중국의 시대는 갔다'며 서둘러 발을 뺀 일부 기업들은 더 이상 중국에서 설 땅이 없다. 중국을 '제2의 본사'로 삼겠다던 SK의 으리으리한 건물과 베이징 한 가운데 우뚝 솟은 LG의 쌍둥이 빌딩이 애처로워 보인다는 자조가 이곳 베이징에서는 공공연하다.

무엇보다 전문성을 요하는 중국시장에서 '사람'에 대한 투자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중국에서는 한국 특유의 냄비 근성이 아닌 중국 특유의 뚝배기 근성으로 접근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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