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전 의장이 11일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BOJ) 총재와 오찬 회동을 한 데 이어 아베 총리까지 만나면서 일본 정부의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탈출 목표를 절반 정도만 달성했다. 탈출 속도를 높이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BOJ의 통화완화 정책은 잘 작동했고 재정확장이 더해진다면 아베노믹스는 더 큰 효과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의 예상대로 적극적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버냉키 전 의장의 생각도 아베 총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아베노믹스가 그동안 잘 작동했다고 평가하면서 BOJ가 추가완화의 수단을 가지고 있는 만큼 물가 하락의 악순환을 막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독려했다.
7·10 총선 승리 이후 아베가 경기를 살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는 데다 미국 양적완화의 산 증인인 버냉키 전 의장과의 만남을 가졌다는 것은 그만큼 시사하는 바가 있다. 버냉키 전 의장은 Fed 이사 시절이던 2003년에도 일본을 방문해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완화 정책을 주문한 바 있다.
시장도 버냉키 전 의장의 일본 방문에 반응했다. 11일 오후 버냉키 전 의장과 구로다 총재의 회동 가능성이 언급된 직후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하락폭을 확대했다. 아베 총재의 총선 승리 이후 일본 증시 상승세가 가파른 가운데 엔화 역시 이틀간 4% 넘게 급락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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