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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 부총재에 '30년 책상물림'…예견된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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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택 참사 부른 낙하산 인사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홍기택 부총재가 맡고 있던 투자위험책임자(CRO)자리를 국장급으로 격하시키고 이 자리의 후임자를 공모하기로 했다. 대신 국장급이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부총재급으로 격상시키기로 했다. 당초 CFO로 내정돼 있던 프랑스 출신 티에리 드 롱게마르가 자연스럽게 신임 부총재가 됐다. 이에따라 한국 몫이던 부총재자리는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됐다.

37억달러(약 4조3000억원)의 분담금을 내고 유일호 부총리가 "한국몫 부총재자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까지 말한 점을 감안하면 허망한 결말이다. AIIB가 출범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AIIB 총재를 만나 한국몫을 요청했고, 정부는 그 자리에 홍 부총재를 단독 후보로 밀었다.
관가에선 이같은 사태를 '예견된 비극'이라고 말한다. 홍 부총재가 AIIB로 갈 때부터 30년간 교수만 하다가 2년 산업은행 회장을 거친 인물이 국제기구 부총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통상 국제기구 부총재는 풍부한 실무능력을 갖춰야 한다. 홍 부총재를 제외한 4명의 AIIB 부총재는 오랜 기간 국제기구에서 실무 경험을 갖고 있다. 정책ㆍ전략 담당 부총재인 독일 출신 요하킴 폰 암스베르크는 세계은행(WB)에서만 25년을 일하고 세계은행 부총재까지 지낸 개발금융 전문가다. 회원국ㆍ이사회 담당인 대니 알렉산더 부총재는 영국에서 재무부 차관을 5년이나 지냈다. 인도 출신 최고투자책임자인 D J 판디안도 세계은행에서 3년간 개발업무를 했다. 운영ㆍ행정 담당 부총재인 루키 유리안토는 인도네시아 국토부 차관보 출신으로서 99조원에 이르는 22개 대형 SOC 사업을 총괄한 경험이 있다.

AIIB 부총재 박탈 사태를 부른 직접적인 원인은 홍 부총재의 부적절한 처신이었다. 그는 지난달 말 돌연 휴직계를 내고 AIIB 연차총회에도 불참했다. 언론인터뷰를 통해 청와대 서별관회동을 폭로하면서 대우조선 사태의 책임을 정부에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홍 부총재는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으로 30년간 교수로만 재직하다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거쳐 산은 회장에 발탁된 대표적인 '친박' 인사다. 경기고와 서강대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중앙대에서 경제학과 교수로 일하다가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인수위원을 거쳐 2013년부터 산업은행 회장을 맡아 왔다. 동양종금증권 사외이사, 예탁결제원 비상임이사, 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을 맡은 것을 빼면 금융권에 경험이 전무하다.

'낙하산 인사' 자체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가 대통령과의 친분 만으로 꽃히는 '낙하산 인사'가 문제다. 홍 부총재는 산업은행 회장 취임 당시 "나 낙하산 맞다. 그런데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낙하산이라는 이유만으로 매도되서는 안된다는 취지였다. 홍 부총재가 보여주겠다던 '결과'는 과연 어떤 것인지,현 시점에서 홍 부총재에게 되묻고 싶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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