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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행사가 유리한 건 맞지만…" 국회법에 심경 복잡한 與

최종수정 2016.05.24 14:07 기사입력 2016.05.2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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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행사하면 정국 얼어붙어 개혁 과제 올스톱

그대로 발효되면 재개정안 통과 부담 커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의 청문회 활성화를 골자로 한 개정 국회법을 놓고 여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회에서 의결된 법안이 정부로 이송돼 청와대의 판단에 따라 법안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관계없이 20대 국회 개원 직후부터 부담스런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박 대통령이 재의를 요청하면 시작부터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고,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당이 재개정안을 발의해 처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고민은 당내 엇갈리는 의견에서도 감지된다.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4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위헌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 51조에 명시된 회기불계속의 원칙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회기불계속의 원칙은 회기중 의결되지 않은 법안은 국회의원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의결돼도 정부에서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경우 개정 국회법 역시 자동으로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는 게 여당 원내지도부의 판단이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법 전문가들에게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라면서 "회기불계속의 원칙에 대해 전문가 다수가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거부권 행사 이후 정국이 얼어붙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정책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국회법만 고려한다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우리 입장에서는 유리하다"면서 "하지만 각종 개혁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국회법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여소야대에서 소위 '협치'가 정국의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노동개혁 등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 과제는 물건너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거부권 행사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명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도 "유권해석 등을 살피고 있다"면서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도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야당은 "국회법 개정안을 청와대가 거부하지 않는 게 협치의 첫걸음"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다른 개혁과제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문회가 수시로 열려 '정부 마비'까지 거론되는 만큼 하루빨리 재개정안을 발의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재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더욱 낮다.

새누리당은 다만 거부권 행사에 보다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위헌 소지가 크다는 점을 연일 부각해 여론을 형성한다면 정국이 얼어붙을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여당은 법안의 위헌 여부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법률지원단을 동원하는 한편, 외부 법전문가들에게도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여당은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가 활성화될 경우 행정부의 권한을 과도하게 침해해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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