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이탈리아 축구의 전설 체사레 말디니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84세.
말디니의 가족들은 3일(한국시간) 그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말디니는 고령으로 최근 병이 잦고 몸이 쇠약했다. 건강이 더 안 좋아진 그는 2일에서 3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카를로 타베치오 이탈리아축구협회장(73)은 "말디니의 인생은 이탈리아 축구 역사 그 자체였다. 그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AC밀란의 레전드들도 유감을 표했다. 말디니는 AC밀란에서 선수(1953~1966), 감독(1973~1974, 2001)으로 활약하며 정규리그 우승 네 번(1955, 1957, 1959, 1962),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유로피언컵 우승(1963)을 팀에 선물했다. 이후 AC밀란 선수들은 말디니의 발자취를 본보기 삼아 활약했다.
아들 파울로 말디니(48)는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인물이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활약상을 보며 자랐다. 집에서는 무뚝뚝했지만 아버지의 강한 카리스마와 눈빛은 아들 말디니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이끌었다. 말수는 적어도 꼭 해주는 말이 하나 있었다. "주장 완장을 차고 꼭 우승컵을 들어보라"는 것이었다.
말디니는 "내가 처음 축구를 시작할 때 아버지는 '힘내거라 아들아.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이제는 나보다 더 많은 것들을 이루고 나를 넘거라. 인생에서 한번이라도 주장 완장을 차고 정상에 서 보거라. 정말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후 나는 AC밀란의 주장이 되도록 열심히 했다"고 했다.
말디니는 아버지의 뒤를 따랐다. AC밀란 주장으로 2002~2003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섰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유벤투스와 0-0으로 비긴 후 승부차기 3-2 승리했다. 부자가 나란히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이색적인 기록을 남겼다. 아버지와 아들이 주장 완장을 차고 빅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컵)를 드는 모습도 같았다.
말디니는 "2003년 주장 완장을 차고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했을 때 아버지가 생각났다. 내 휴대폰에는 축하 메시지가 많이 와 있었지만 아버지의 문자가 제일 먼저 와 있었다. '파울로는 내 자랑이다'였다. 그는 나의 영원한 히어로였다. 오늘 내가 있는 것은 모두 아버지 덕분"이라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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