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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준비생 빈자리 채운 공시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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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port] '마지막 사시1차' 치른 '신림동 고시촌'…일반직·경찰직 공무원 준비생 유입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금보령·김민영 수습기자] "사법시험을 준비하겠다고 들어오는 학생들이 있다."

지난 9일 서울 관악구 대학동(옛 신림9동)에서 만난 부동산 중개인 김모씨 얘기는 의외였다. '신림동 고시촌'으로 불리는 이곳은 사시 폐지를 앞두고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외부 시선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복사 가게를 운영하는 정모씨는 "사시 폐지가 유예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2017년 마지막 시험을 끝으로 폐지 예정인 사시를 2021년까지 유예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거센 반발로 법무부 발표는 구상 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현장은 의미 있는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서울 관악구 대학동(옛 신림8동) 녹두거리.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떠나간 빈자리를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채우고 있다. 사법시험 폐지 유예에 대한 기대 심리로 새롭게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이들도 '신림동 고시촌'에 유입되고 있다.

서울 관악구 대학동(옛 신림8동) 녹두거리.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떠나간 빈자리를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채우고 있다. 사법시험 폐지 유예에 대한 기대 심리로 새롭게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이들도 '신림동 고시촌'에 유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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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사시 1000명 선발' 시대에 고시촌은 20~30대 젊은이로 넘쳐나는 공간이었다. 법조인 꿈을 이루려는 청춘들은 끊임없이 그곳을 찾았다. 하숙집, 식당, 부동산, 서점 등도 넘치는 손님으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고시촌에 방을 잡으려면 예약을 걸고 기다려야 할 만큼 사람이 북적거렸다. 학원 수업 시작 10분 전에 도착해도 앉을 곳이 없을 정도로 자리 경쟁이 치열할 정도였다.

하지만 로스쿨 체제 도입 이후 고시촌의 많은 게 달라졌다. 사시준비생들은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달 27일 마지막 '사시 1차 시험'이 치러졌다. 사시는 내년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 사시폐지 유예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고 있다. 사시폐지를 둘러싼 충격파는 이미 반영됐다. 사시가 폐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은 고시촌 사람에게 희망적인 요소는 될 수 있지만, 실낱같은 희망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미 고시촌은 현실에 맞게 변화를 모색해왔다. 국가공무원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행정고시)이나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 준비생들이 고시촌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이후 노량진 고시촌에서 공부하던 9급·7급 공무원 공개경쟁임용시험 준비생들이 고시촌으로 옮겨 왔다. 최근에는 경찰을 꿈꾸는 수험생들도 많아졌다.

로스쿨 학생들도 변호사시험 준비를 위해 고시촌을 찾고 있다. 로스쿨에 다니는 오모씨는 "로스쿨생 대부분이 학원 인터넷 강의(인강)를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방학 때는 수업을 직접 듣고자 고시촌을 찾는다"고 말했다.

고시촌 서점들도 고객층 변화에 맞춰 영업 전략을 바꾸면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18년째 서점을 운영하는 연모씨는 "가게 시작할 때 법학서적 전문 서점이 10개가 넘었는데 현재 6개만 남았다"면서 "지금은 공무원 수험서, 자격증 교재 등으로 매상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고시촌에서 만난 이들은 활력 넘치던 과거의 영광이 재연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곳의 식당에서 밥을 먹고 하숙집에서 잠을 자며 공부하던 이들이 판사, 검사, 변호사가 돼서 한국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큰 인물'이 됐다.

이는 고시촌 사람들에게도 자부심이었다. 공무원 준비생과 변호사시험 준비생 등으로 고시촌은 활력을 얻고 있지만, 그곳 상인들의 바람은 역시 '사시존치'다. 상인 신모씨는 "어떻게 결론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사시 폐지가 유예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금보령 수습기자 gold@asiae.co.kr
김민영 수습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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