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그사람]칸트가 마지막으로 마셨던 와인
12일은 칸트가 세상을 떠난 지 212년이 되는 날이다. 임종을 앞둔 칸트는 와인 한 잔을 청했다고 한다. 술로 목을 축인 그는 "Es ist gut"라고 속삭이고 영면했다. 그가 남긴 말의 의미가 와인이 맛있다고 한 것인지 아니면 그의 삶이 좋았다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 다만 한스 할터가 쓴 '유언-역사를 움직인 157인의 마지막 한마디'를 보면 와인을 마신 칸트가 "맛이 좋구나"라고 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칸트는 몸이 약했지만 규칙적인 생활 덕에 당시 평균 수명의 두 배에 달하는 80세까지 살았다. 평생을 규칙적으로 살았던 칸트가 임종 시에도 평소 마셨던 와인을 찾았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탈리아 비타-살루테 산 라파엘레대학 철학부 교수 마시모 도나가 쓴 '디오니소스의 철학 세트'는 철학자와 술, 사상 등에 대한 책인데 "칸트는 식탁에서 맛있는 포도주를 즐겨 마셨다. 처음에는 레드와인을 마시다가 나중에는 화이트와인을 즐겼는데 그의 생애의 어떤 기간에는 식사할 때 둘을 번갈아서 마시기도 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그가 특별하게 좋아했던 포도주는 메독의 가벼운 레드와인으로 자신의 집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4분의 1리터 정도의 많지 않은 양을 마셨다. 그는 늘 포도주를 가까이 두고 살았으며, 레드와인이 그에게 너무 강하다 싶을 때에는 화이트와인을 옆에 두었다"고 썼다. 메독은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유명 와인 생산지며 대표적인 샤또로는 샤또 라피뜨 로쉴드(Lafite-Rothschild), 샤또 라뚜르(Latour), 샤또 마고(Margaux), 샤또 무똥 로쉴드(Mouton-Rothschild) 등이 있다. 칸트가 평생 벗어나지 않았던 쾨니히스베르크, 지금의 칼리닌그라드와 메독은 2000km 이상 떨어져 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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