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커피업계의 대표주자들인 동서식품과 한국맥널티가 상품 포장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동서식품은 믹스커피의 강자, 한국맥널티는 원두커피 유통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두 기업의 갈등은 동서식품이 맥널티에 경고장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맥널티가 지난달 23일 코스닥에 상장하자마자 출시한 '아이브루'를 겨냥해 동서식품은 "자사의 카누와 포장이 유사해 소비자에게 혼동을 준다"고 지적했다. 두 제품 모두 직사각형 모양을 띠고 있고 검은색 계열의 바탕에 동서는 빨간색, 맥널티는 분홍색, 초록색 등으로 제품 상단에 포인트를 준 게 유사하다는 얘기다. 비슷한 디자인에 소비자가 덥석 카누인 줄 알고 맥널티 제품을 집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동서식품이 맥널티에 경고장을 보낸 시점은 지난달 29일이었다. 제품을 출시한 지 딱 6일 됐을 때다. 업계 관계자는 "일종의 경고사격 아니겠냐"고 말한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경고를 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따라 하지 마"를 내포하고 있는 대기업의 반응에 위축될 수 있어서다. 동서식품 주장처럼 정말 모방의 여지가 있다면 법원에서 그 여부를 가릴 수 있다. 하지만 경고장을 보낸 동기가 치고 올라오는 맥널티에 대한 일말의 견제심리가 작동해서였다면 동서식품의 태도가 아쉽다. 벤처기업에서 코스닥사로 성장한 맥널티를 '워너비'로 삼고 있는 여성벤처기업인들에게 이는 대기업의 은근한 횡포를 환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