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이 저축은행중앙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등 5개 협회 수장들이 모두 민간인 출신으로 교체 완료됐다. 유일하게 여신금융협회만 기획재정부 출신 김근수 회장이 맡고 있는데 오는 6월로 임기가 만료된다. 후임으로는 민간인 출신이 유력하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 전망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 문제가 불거지면서 금융권 협회에도 민간인 회장들이 속속 자리를 잡아갔다. 1년여가 지난 현재 시점에서 업계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2014년 말 민간인 출신으로는 11년만에 은행연합회장으로 취임한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씨티은행에서 10년간 행장을 맡았던 경험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은행 수수료가 국제적으로 저렴한 수준이라는 점을 꾸준히 강조했으며 금융당국은 지난해 수수료 은행 자율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당국과의 밀고 당기기 끝에 금융기관 신용정보를 통합하는 한국신용정보원을 은행연합회 산하에 두기로 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삼성화재와 삼성생명 사장 출신인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 역시 10년만의 민간 회장
으로 2014년 말 취임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고령화 전담팀을 꾸려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대국민 인식 제고 캠페인을 벌이는 등 현안에 주력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의 경우 2009년 출범 때부터 민간 출신이 회장을 맡아왔으며 현 회장은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다.
한국화재보험협회의 경우 지난달 지대섭 전 삼성화재 사장이 취임했다. 2012년에 협회 창립 40년만에 첫 민간인 이사장에 올랐던 이기영 전 이사장(옛 LIG손해보험 사장)에 이은 두 번째 민간인 이사장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사에서 잔뼈가 굵어온 협회 회장들은 업무를 잘 알고 업계에 필요한 부분을 정확히 이해할 뿐 아니라 대변자로서의 역할에도 적극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당국 입장에서는 우려스러운 점이 적지 않다. 한 당국 관계자는 "업계에 유리한 정책이라면 누가 해도 똑같겠지만 협회를 설득하면서 끌어나가야할 때는 (민간인 출신이) 힘든 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 쪽 저 쪽을 다 경험한 관료 출신이라면 쓴소리를 해도 소통하기에 더 나은데 민간인 출신은 업계의 이해관계를 으레 대변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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