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보면 어느 가족이 그 시절 아주 귀했던 바나나를 한 개만 달랑 사서 칼로 잘게 잘라 나눠 먹는 모습이 나온다. 당시에는 바나나와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 수입이 자유화되기 전이라 가격이 정말 비쌌다. 1988년 당시 우리의 삶은 넉넉하지 않았다. 1인당 국민소득은 4435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1988년은 우리나라가 90년대 경제 르네상스의 씨앗을 마련한 시기이기도 했다. 올림픽 특수에 힘입어 우리 경제는 3년 연속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면서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으며, 1996년에는 마침내 국민소득 1만달러를 돌파하게 됐다. 또한 복지부문에 있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과 최저임금제도가 처음으로 시행된 해 역시 1988년이다.
책상에 앉아 먼 훗날 승격 25주년인 올 한 해 통계청을 배경으로 정책드라마를 만든다면 어떤 장면을 포함시킬 수 있을지 생각을 해봤다. 올해는 행정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등록센서스 방식의 인구주택총조사가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특히 인터넷조사 참여율이 48.6%에 달해 지난 2010년 세계를 놀라게 했던 기록을 갱신하기도 했다. 2015년은 통계청에게 빅데이터 원년으로도 기억될 것이다. 공공 빅데이터 기반의 등록센서스를 실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네이버 등 다양한 민간 기관들과 빅데이터 기반 공익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공공과 민간의 빅데이터 연계를 통한 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기록하고 싶다. 빅데이터 시대 개막을 조직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빅데이터과 전담조직 신설도 빼 놓을 수 없는 소재가 될 것이다.
개인과 조직을 막론하고 드라마처럼 어려울 때 '응답하라'라고 외치며 불러내고 싶은 추억의 순간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부르고 싶을 만큼 의미 있는 추억을 만드는 것은 바로 '지금, 여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통계는 과거와 현재를 기록을 넘어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과거의 통계를 보면서 옛 일을 돌아보는 한편, 청양띠의 해가 며칠 남지 않은 세밑인 지금은 다가올 2016년에게 희망과 신년계획을 담아 또 다른 '응답하라'를 주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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