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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리더십]'슈퍼우먼' 강박서 벗어나라…자책마라, 다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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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철강3사 유일한 여성임원, 박미화 포스코 상무

-종갓집 맏딸이자 맏며느리로 50년
-민족기업서 일하란 부친 가르침 따라 1989년 첫 여성공채 뽑기 직전 입사
-'한계 짓지 말자' 포용리더십으로 소통
-삼국지·사기 섭렵하며 내공 길러


'제철보국' 필 꽂혀가 열여덟에 갈길 정했심더
보다라운 리더십이 진짜 '철'도 뚫대예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사무실이 좀 설렁(썰렁)하죠? 밸 것(별 것)도 없는데 이런 누추한 곳까지…." 포스코그룹 내 유일한 여성 임원, 박미화 정보기획실 상무는 서울생활 십 수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투박한 부산 사투리는 고치지 못했다. 반평생 몸에 베인 것은 말투만이 아니었다. '한계를 짓지 말자'는 신념 역시 몸 속 깊이 박혀있었다.

 국내 '빅3' 철강회사 중 유일한 여성 임원이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한계를 지어본 적이 없다. 남동생들 틈에서 거칠게(?) 자라온 까닭도 있지만 장녀보다 맏이로 대해주셨던 부모님 영향이 컸다. 덕분에 50년 평생 '여성 박미화'보다 '박미화' 자체로서의 삶에 충실할 수 있었다.

 ◆18세 소녀의 심장을 두드린 鐵…"내 길이다"
 박 상무는 포스코가 1990년 '첫 여성공채'를 뽑기 직전년도에 남성 동료들과 함께 공채 36기로 입사했다. 그해 400여명의 입사자중 신입 여직원은 10여명에 불과했다. 이 중 현재 남아있는 여성은 박 상무를 포함, 단 두 명 뿐이다. 입사 후에는 본사 정보시스템부에서 첫 근무를 시작, 그해 포스데이타가 창립되면서 가장 어린 창립 멤버가 됐다. 이후 포스코 정보기술(IT)운영, 솔루션 기획 및 개발 업무를 담당했고, 현재는 포스코의 인트라넷 구현과 핵심 계열사들의 시스템 통합관리를 맡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위해 데이터 선행 분석체계를 갖추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왜 하필 철강회사였을까. "운명적이었죠." 박 상무는 해운대여고 시절, 견학차 찾아간 포항제철소에서 시뻘건 쇳물이 고로에서 콸콸 쏟아져 나오는 모습을 보고선 이같이 느꼈다고 했다. '이게 내 길이다!' 18세 소녀가 '철강'에 매력을 느낀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박 상무는 "제철소의 웅장함에 반했다"며 "'제철보국, 철강'이라는 표어에 필(feel)이 꽂혀 대한민국 산업의 중심에 서고 싶다는 갈망이 생겼다"고 회고했다.

 아버지의 가르침도 한몫했다. 공무원이셨던 아버지는 박 상무에게 늘 "개인기업보다는 민족기업에서 일하라"고 강조했다. 맏딸로서가 아닌 장자로서 교육시키셨던 것이다. 이는 남성중심의 철강업에서 박 상무 특유의 리더십으로 조직에 융화하도록 하는 큰 힘이 됐다. 사실 거친 철강업종에서 여성이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박 상무는 전혀 '여성 차별'을 느낀 적은 없었다고 했다. "제가 그런 걸 못 느끼는 성격이라 그런지 여성이기 때문에 생기는 주변의 차별대우, 한계는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어려움은 있어도 그때그때 현명하게 대처했을 뿐이죠"라고 했다.

 ◆'슈퍼우먼'이 되겠다는 강박관념서 벗어나라
 일에 있어서 철두철미한 그녀도 '슈퍼우먼' 콤플렉스를 겪었다. 국내 최고 철강회사 임원이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종갓집 맏며느리이자 2남1녀의 어머니, 한 남자의 아내로서의 역할을 해내야했기 때문이다. 지난 27년간 포스코에 근무하면서 일과 육아 사이에서 고민하며 총 3번 고비가 있었다. 첫째 아이 젖먹이 때와 초등학교 1학년 입학 때, 마지막으로 사춘기 때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굉장히 부담이 됐어요. 정식 교육체계에 들어간다는 게 생각보다 더 크게 와닿더라구요. 받아쓰기, 미술 준비물 챙겨주기 이런 게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부모들이 이때 얼마나 신경쓰냐에 따라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달라지더라구요. 실제 후배들도 이때 가장 많이들 관뒀죠"라고 말했다.

 박 상무는 후배들에게 "그러나 견뎌라"라고 일침했다. 박 상무는 "결혼과 출산을 거치면서도 악바리처럼 10년을 버텨왔는데도 이때 다들 무너진다"며 "그래도 무조건 이 시기를 견뎌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이어 '간을 키워라'라고 조언했다. 박 상무는 "아이가 조금만 기대에 빗나가도 더욱 큰 일로 생각하게 되는데 지나고 보면 별 것도 아닌 일인 경우가 많다"며 "다 지나간다"고 말했다. 아이 성적이 조금만 떨어져도 '내가 신경을 못 써서 그런가'하며 자책하는 여성 후배들을 보면 예전 자신을 보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부드러운 리더십이 강철을 뚫다
 박 상무는 종갓집 장녀이자 맏며느리로서 갖춘 강점을 '박미화의 리더십'으로 발전시켜나갔다. 예민하고 민감한 사안들을 조율하면서 남성들보다 섬세하게 상황을 보고 부드럽게 소통하는데 주력한 것.

 특히 출산과 육아를 거치면서 동료들이나 사안을 어머니의 마음으로 바라보게 됐다. 상사와 갈등이 발생할 때 '일방통행'이 아닌 '수용 후 의견 개진'이라는 현명함을 갖춘 것도 어떻게 보면 어머니 특유의 '포용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는 "상사들을 보면 다들 그 자리에 오른 이유가 있다"며 "그들의 장점만 취해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다양한 결정과 상황인지력을 키워나가기 위해 삼국지와 사기를 섭렵했다. 박 상무는 삼국지 위인 중 어느 유형의 리더일까. 박 상무는 "한 명의 리더십에 절대 의존하기보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유형의 리더십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유비의 유연함이 필요할 때가 있고 관우의 추진력이 필요할 때가 있다는 설명이다.

 "임원에게 있어 도전은 '옳은 결정을 하는가'예요. 이를 위해 여러 색깔을 가져야할 수밖에 없죠. 그러나 포장된 리더십이 아닌 내 것으로 순화하기 위해선 내공도 필요해요. 지난 27년간 결혼-출산-육아-가족돌봄의 과정을 거치면서 힘들었던 순간들이 모두 이를 위한 약이었던 셈입니다."

she is…▲ 1966년생 ▲ 포항공대 정보통신 석사 ▲ 포스코 입사(1989), 포스코ICT수주관리그룹리더, 기업문화그룹리더, 정보기획프로젝트 상무보, 포스코 정보기획실장(상무)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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