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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 세무조사로 기업 다 망해" vs "반쪽짜리 과세자주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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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의 지방소득세 관련 기업세무조사권 박탈 논란...정부 최근 국세청으로 단일화 법안 발의에 지자체들 "시행도 안해놓고..." 반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전국에 지점이 있는 기업들의 경우 해당 지자체마다 너도나도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나서게 돼 경영을 못하게 된다. 정부가 단일 창구가 되는 게 맞다" vs "과세자주권을 줘놓고 세무조사권한을 빼앗아 가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보완책을 마련하더라도 일단 시행해야 한다."

정부가 지자체의 법인지방소득세 관련 세무조사권을 박탈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 시군구청장협의회는 최근 성명서를 내 지난 6일 정부가 지방소득세의 세무조사권과 과세표준 결정ㆍ경정권한을 국세청으로 일원화하는 내용의 2015년 세법 개정안 발표에 대해 "중앙정부에 대힌 지방 정부의 불신을 또 다시 자초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발단은 정부가 2013년 지방세제를 개편하면서 지방법인세를 각 지방정부가 직접 부과하는 '독립세' 방식으로 바꾸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주택 취득세를 영구인하하려다 세수 감소를 우려한 지자체 반발에 부딪혔는데, 이를 달래기 위해 지방소비세율을 5%에서 11%로 높이는 것과 동시에 지방법인세에 대한 과세권을 지자체에 넘겨준 것이다. 즉 기존에는 국세청이 거둔 법인세의 10%를 해당 기업의 사업장이나 지사가 있는 각 시ㆍ군ㆍ구에 배분해왔으나 2014년 법인소득부터는 각 지자체가 직접 징수하도록 한 것.

문제는 지자체가 과세권을 갖게 되면서 이와 관련해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설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올해부터 지방에 사업장이나 지사를 둔 기업은 국세청 뿐 아니라 해당 지자체에도 각종 재무자료를 제출해야하고, 지자체는 이 재무자료를 토대로 세액 산출에 문제가 있거나 산출 기준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본사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벌일 수 있게 됐다.
이에 중복 세무조사 등 기업 활동에 대한 지장이 우려되는 등 기업들의 불만이 제기됐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4월 국회ㆍ정부에 건의문을 내 "동일 과세소득에 대한 중복 세무조사는 기업경영 차질과 국가행정 혼란을 초래한다"며 "법인 지방소득세 과세표준에 대해 지자체는 별도로 세무조사를 하지 않고 법인이 신고하거나 중앙정부가 결정ㆍ경정한 법인세 과세표준에 근거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상의는 "신고내용에 오류가 있으면 지자체에 그부분에 한해 세무조사 권한이 아닌 법인세 결정ㆍ경정 청구권을 주면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기재부가 이달 초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국세ㆍ지방소득세 세무조사 업무를 내년 1월부터 국세청으로 일원화하겠다고 나섰다. 정부가 지방법인세를 독립세화 한 것은 지자체가 세액공제ㆍ감면분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해 지방의 과세자주권을 확대하자는 취지로 지자체가 국세와 별도로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이같은 취지에서 한참 벗어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전국 지자체들은 "지방법인세에 대한 과세권이 지자체로 넘어온 이상 원칙적으로 지자체가 세무조사권한도 가져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방세기본법상 지방세 신고사항에 대해 탈루 등 혐의가 있을 경우 지자체 장에게 세무조사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는 지방법인세 부과와 징수 뿐 아니라 세무조사까지 고려해 인력까지 확충한 상황이었다.

전국 시군구청장협의회는 이에 "지방소득세가 시행된 지 이제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조세정책효과가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은 채 기업단체의 요구를 빌미로 세무조사권과 과세표준 결정ㆍ경정 권한을 박탈하는 것은 지방의 과세자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며, 중앙집권적인 정책결정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지방소득세가 지방자치의 근간이 되는 재원임에도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 사전의견 수렴이나 동의절차도 구하지 않고 세무조사권을 국세청으로 일원화하는 세법개정안 발표함으로써 지방자치를 무력화시키는 상황을 연출했다"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특히 "지방재정의 자주성을 침해하고 지방자치의 근간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지방소득세 세무조사권 일원화 방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협의회 한 관계자는 "중복 조사 문제는 국세청이 우선권을 갖거나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며 "과세독립권ㆍ자주권을 주겠다면서 정작 핵심인 세무조사권을 주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로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당적을 둔 기초단체장과 광역ㆍ기초의원들도 지난 16일 결의문을 채택해 "지방소득세 관련 세무조사권을 국세청으로 일원화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명백하게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고, 조세 정의를 무너뜨리는 탈세 비리 조장행위"라고 반발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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