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연봉자 중에는 '샐러리맨 신화'가 더러 있다.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이 대표적이다. 학연, 지연, 혈연에 기대지 않고 오로지 실력과 근성으로 저 자리에 올라 애플과 당당히 겨루고 있다. 누군가는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와도 비교한다. 그런 그에게 연봉 62억원은 과한 것일까. 연봉이 공개되자 그를 향한 댓글은 신랄하고 사납고 모질었다. '장그래 궤적'도 정상참작이 되지 않았다. 연봉이 많을수록 불편한 대한민국이었다.
3. 많이 받아서 죄인이 되기도 한다. 2006년 일이다. 한국은행의 경비원이 연봉 1억원을 받는다고 알려지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신의 직장'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난처해진 한국은행은 부랴부랴 경비 업무를 외부용역으로 돌렸다. 그 무렵 인터넷에 올라온 글이다.
"연봉 1억원은 근무 경력 25년 이상은 돼야 가능하고 퇴직을 얼마 남기지 않는 분들이나 받는다.(…)평생 경비직을 업(業)으로 살아온 사람들이고 70~80년대 입사해 지금까지 일해온 몸값으로 치면…."
1~3이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노동의 대가는 과연 어느 정도인가. 불협화음 없이 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대가는 얼마인가. 자유경제 사회에서 연봉은 능력의 바로미터다. '연봉과 성과는 비례한다'는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의 주장에 100% 동의하지 않더라도 연봉은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자부심에 대한 숫자다. 개개인의 수입은 또한 내수와 직결되는 것이어서 장하준 교수는 "내수가 걱정이라면 저소득층에 돈을 많이 주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엥겔지수가 높은 저소득층의 수입은 곧 지출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면 고액 연봉자는?
불로소득은 조롱받아도 싸다. 회사는 적자를 내는데도 나홀로 호의호식하는 몰염치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샐러리맨의 성공신화까지 손가락질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신분 상승 사다리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입신양명(立身揚名)의 길이 좁아진 마당에 샐러리맨의 성공신화는 그나마 '개천에서 용이 날 수도 있다'는 희망과 꿈을 남긴다. 덜 받는 사람이 충분히 더 받아야 하는 것처럼, 남들보다 더 받는 것이 비난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노동의 대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상향 평준화인가 하향 평준화인가. 답은 정해져 있다.
이정일 금융부장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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