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베·메르켈·치프라스, 지지율엔 이유가 있다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박병희 기자] ◆76%→42%=2013년 4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지지율은 76%였다. 2001년 고이즈미 내각(85%)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였다. 그리고 2년 후인 지난 6월 아베의 지지율은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마이니치신문의 전국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42%에 그쳤다. 2년 새 아베 총리의 리더십에는 어떤 변화가 생긴걸까.

아베 총리는 강한 추진력을 가진 리더다. 그는 2012년 정권을 잡자마자 양적완화를 포함한 '아베노믹스'를 추진했다. '잃어버린 20년'으로 대변되는 장기 경기침체를 뿌리 뽑겠다고 나섰다. 관치라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야당의 협조를 얻어 '엔저 투사' '통화 마피아' 등의 별명으로 유명한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를 일본은행(BOJ) 총재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양적완화가 시작됐다. 엔화가치는 달러 대비 수직하락하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경기는 살아났다. 증시도 치솟았다. 지난해 4월에는 역대 어느 정권도 시도하지 못했던 소비세 인상을 단행했고 12월 선거에서도 승리했다.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유치도 아베 총리의 추진력이 뒷받침됐다.
그의 리더십은 실패를 겪으며 담금질된 것이다. 1954년생인 그는 2006년 9월 '전후세대 첫 총리'이자 최연소 총리라는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지만 1년 만에 총리에서 물러났다.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외손자로 정치 명문가 출신인 그가 정치 인생에서 처음 겪은 패배였다. 돌아온 아베는 달랐다. 과감한 정치ㆍ경제정책을 앞세우자 지지율이 치솟았다.

강한 리더와 '독불장군'은 어쩌면 종이 한 장 차이인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그의 강한 리더십은 주변국뿐만 아니라 국민들마저도 불편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3차 내각이 출범하던 지난해 12월만 해도 51%에 달했던 아베의 지지율은 집단자위권 행사 등을 골자로 한 안보법제 개편이 본격화하며 하강곡선을 그린다. 아베 정부는 집단자위권이 다른 국가에 대한 침략을 위해서가 아닌 일본의 영토를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선전했지만 국민들의 불신은 점차 높아져만 가고 있다. 헌법학자와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안보법제 개편의 위헌 여부를 지적하고 있고 여당인 자민당 내부에서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아베 정부의 언론 통제 사실이 드러나며 독불장군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 아베가 측근 의원 37명이 모인 자리에서 "기업광고를 끊어 비판 언론을 눌러버리자"고 발언한 사실이 공개됐다. 그동안 쉬쉬하던 언론 통제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아베는 신속히 사과했지만 리더십에 대한 믿음은 금이 가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서도 오히려 지지율이 42%로 역주행한 배경이다.
2006년의 실패를 디딤돌 삼아 다시 도약한 것처럼, 이번에도 아베는 위기를 정면돌파하고 다시금 승리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그의 최근 행보는 그렇지 못할 것 같다는 관측만 키우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6일 자민당의 인터넷 생방송에 출연, "(안보법제가) 전쟁법안, 무서운 법안이라는 이미지가 확산되고 있다"며 오해를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의 생각과 다른, 변하지 않는 독불장군 같은 모습이 설득력을 얻기는 어려운 일이다. 오죽하면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 인터넷판마저 "아베 총리가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투덜거렸다"고 꼬집었을까.

◆대립속에 지지율 치솟은 치프라스·메르켈=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는 '철의 여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영국병을 고치겠다던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이미지를 물려받은 것이다. 하지만 '제2의 대처' 메르켈의 리더십은 이미 대처를 뛰어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지율이 70% 수준에 이르는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는 유럽 부채위기를 거치면서 유럽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여제(女帝)의 자리를 공고히 했다. 메르켈과 그가 이끄는 기민ㆍ기사당연합의 세(勢)는 선거를 치를수록 더 강해지고 있다. 기민ㆍ기사당 연합은 2005년(226석ㆍ36.8%), 2009년(239석ㆍ38.4%), 2013년(311석ㆍ41.5%) 세 차례 총선에서 승승장구했다. 메르켈이 결심만 하면 2017년 총선에서 독일 최초의 4선 총리도 떼놓은 당상이다.

메르켈은 위기 때 굽히지 않는 의지를 보여주었고 이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해석됐다. 긴축이 유럽 경제에 독이 되고 있다는 끊임없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긴축을 밀어부쳤다. 유럽연합(EU)이 독일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는 비난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 순위에서도 메르켈은 EU 지도자들 중 맨 꼭대기에 자리했다. 이 순위에서 메르켈은 5위에 올랐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8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10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17위),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33위) 등 유럽 주요 인사들은 메르켈의 경쟁상대가 아니었다.

이런 메르켈에 맞서는 유럽의 맞수는 단연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다. 유럽 2위 국가 프랑스가 선택한 올랑드 대통령도 집권 후 메르켈에 끌려다니고 있지만 치프라스는 달랐다. 그리스 국민들에게 치프라스 총리는 난세의 영웅이다.

독일 슈피겔은 치프라스에게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라는 딱지를 붙였지만 이 '문제아'에게 보내는 그리스 국민의 지지는 압도적이다. 그리스 여론조사업체 퍼블릭 이슈가 지난달 11~1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리 적임자를 묻는 질문에 62%가 치프라스를 택했다. 정당 지지율에서도 치프라스의 시리자는 47.5%로 최대 야당인 신민주당(19.5%)을 압도했다.

지난 5일 국민투표도 치프라스에 대한 그리스 국민의 지지를 확인했다. 국민투표 결정 이후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우세했던 초반 분위기를 뒤집은 압도적인 반대 결과는 곧 치프라스에 대한 지지로 해석된다.

그리스의 젊은이들은 오히(OXIㆍ반대)를 외치며 치프라스와 한목소리를 냈다. 그리스 젊은이들에게는 자신들의 일자리가 없어진 이유가 메르켈 때문이라는 생각도 적지 않다. 메르켈에 맞서 싸우는 치프라스에게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 PICK

  • '바보들과 뉴진스' 라임 맞춘 힙합 티셔츠 등장 어른들 싸움에도 대박 터진 뉴진스…신곡 '버블검' 500만뷰 돌파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국내이슈

  • 머스크 베이징 찾자마자…테슬라, 中데이터 안전검사 통과 [포토]美 브레이킹 배틀에 등장한 '삼성 갤럭시' "딸 사랑했다"…14년간 이어진 부친과의 법정분쟁 드디어 끝낸 브리트니

    #해외이슈

  • 이재용 회장, 獨 자이스와 '기술 동맹' 논의 고개 숙인 황선홍의 작심발언 "지금의 시스템이면 격차 더 벌어질 것" [포토] '벌써 여름?'

    #포토PICK

  • 기아 EV9, 세계 3대 디자인상 '레드닷 어워드' 최우수상 1억 넘는 日도요타와 함께 등장한 김정은…"대북 제재 우회" 지적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