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1차 확산지인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이 방역당국에 초기에 '코호트 격리'를 제안했지만 질병관리본부가 이를 거부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방역당국이 메르스의 위험 정도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초기에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책임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의 이기병 원장은 22일 의료 전문매체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방역당국에 코호트 격리를 제안했다. 더 이상의 감염은 차단하려면 모든 것을 우리 병원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온 답변은 '코호트 격리는 규정에 없다. 환자를 전원 조치하라'는 것이었다. 지금은 무조건 코호트 격리를 하지만 당시만 해도 정부에선 생소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어 "정부는 메르스라는 단어를 쓰지 못하게 했다. 이미 언론을 통해서 메르스가 퍼져나가고 있었지만 병원은 비공개였기 때문에 개원 3개월밖에 안 된 병원에서 병원 보수공사를 해야하니 다른 병원으로 가야한다고 환자들을 퇴원시켰다. 환자에게 메르스 감염 가능성에 대한 고지도 없이 퇴원시켜야 하는, 상식적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고 털어놨다.
결국 평택성모병원은 5월29일 '자진 폐쇄'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서도 이 원장은 "정부 지침은 없었다. 정부는 오히려 코호트 격리는 지침에 없다며 감염 차단 기회를 막았다"고 말했다. 1차 확산지인 평택성모병원에서 조기에 코호트 격리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방역 당국의 오판으로 기회를 놓친 셈이다. 정부는 2일 대전 건양대병원을 처음으로 코호트 격리했다.
온라인이슈팀 issu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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