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옛공부의 즐거움]신뢰 무너지면 나라가 망한다, 無信不立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공자는 정치란 무엇이냐고 묻는 제자 자공에게 이렇게 말한다.(논어 안연편(顔淵篇))

"경제와 안보, 그리고 국민의 신뢰입니다."
물론 이렇게 현대어로 말하진 않았다. 경제는 족식(足食)이라 하였다. 풍족하게 먹이는 것이다. 안보는 족병(足兵)이라 하였다. 넉넉하게 군사력을 가지는 것이다. 국민의 신뢰는 민신(民信)이라 표현했다.

백성을 배불리 먹이는 것, 군대를 강하게 하는 것은 오케이. 그런데 백성의 믿음을 사는 일이 뭐 그리 대수란 말인가? 스승님이 왜 저런 말씀을 하실까? 정치 역량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 멋진 양념으로 저 말을 넣어놓으신걸 거야. 그렇게 짐작하고는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자공은 그중에서 가장 먼저 버릴 수 있는 게 뭐냐고 묻는다. 아마도 민신(民信)을 제쳐놓으시겠지. 그런데 공자는 군사력을 버릴 수 있다고 말한다. 둘 남은 것 중에서는 무엇을 버릴 수 있느냐고 묻자, 경제를 버릴 수 있다고 한다. 국민이 배불리 먹지 못한다면 모두가 죽을 터인데 그래도 괜찮겠느냐고 자공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예부터 사람이 죽는 일은 어쩔 수 없이 있어 왔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그건 나라가 아예 설 수가 없어집니다(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  간결한 대화이지만 엄청난 의미를 지니는 말이다. 국가안보보다도, 당장 먹고사는 경제보다도, 정치리더에 대한 신뢰가 더 중요하다고 역설한 공자의 견해는 정치를 화려한 언술(言術)이나 권력의 작전처럼 생각하는 세태에 대한 날렵한 일침이다. 세월호나 메르스 사태 때의 우리 정치를 떠올리면 공자의 이 말은 무게를 더 한다.

믿음이 있어야 제대로 나라가 설 수 있고, 믿음이 있어야 제대로 조직이 설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나라와 조직의 근간을 이루는 필수가치라는 것. 우린 이 상식을 얼마나 쉽게 팽개치고 있는가. 신문사가 위기를 헤쳐나가고 그 기반을 제대로 갖추는 일 또한 그렇다. 독자의 신뢰와 국민의 신뢰, 내부구성원들의 신뢰, 그리고 미래가치에 대한 모두의 신뢰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언론대계란 헛된 구호에 불과하다. 저 가차 없는 무신불립 정신으로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면, 이 대전환기에 신문 또한 설 자리가 없다.





이상국 편집부장·디지털에디터 isomis@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 PICK

  • [포토] 오동운 후보 인사청문회... 수사·증여 논란 등 쟁점 오늘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 인사청문회…'아빠·남편 찬스' '변호전력' 공격받을 듯 우원식,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당선…추미애 탈락 이변

    #국내이슈

  • 골반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3년 만에 앉고 조금씩 설 수도" "학대와 성희롱 있었다"…왕관반납 미인대회 우승자 어머니 폭로 "1000엔 짜리 라멘 누가 먹겠냐"…'사중고' 버티는 일본 라멘집

    #해외이슈

  • '시스루 옷 입고 공식석상' 김주애 패션…"北여성들 충격받을 것"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김 여사 수사 "법과 원칙 따라 제대로 진행" 햄버거에 비닐장갑…프랜차이즈 업체, 증거 회수한 뒤 ‘모르쇠’

    #포토PICK

  • 車수출, 절반이 미국행인데…韓 적자탈출 타깃될까 [르포]AWS 손잡은 현대차, 자율주행 시뮬레이션도 클라우드로 "역대 가장 강한 S클래스"…AMG S63E 퍼포먼스 국내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한-캄보디아 정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 "결혼 생활 파탄이 났다" [뉴스속 용어]머스크, 엑스 검열에 대해 '체리 피킹'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